문명의 시작과 더불어 인간은 주거와 사회적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건설행위를 지속해 왔다.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고 그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연출하며 살아오고 있다. 즉, 도시는 우리 인간에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중요한 삶의 환경을 제공하고 우리 인간은 그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도시란 인간에게 너무도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이자 파트너인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삶의 파트너인 도시를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만들어가고 있을까? 그저 우리네 삶의 경제적 가치의 부속물로만 취급해 다루고 있지는 않는지, 과거의 역사를 아우르고 다가올 미래와 무리없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 교토시를 방문해 그 지방의 도시건축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가로를 따라 늘어선 현대식 건축물들의 뒤편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과거 삶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전통가옥과 골목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가 조금의 마찰도 없이 편안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그 골목 안에서 볼 수 있었던 개인 주택들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아기자기한 조경과 정원을 조성해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과거는 허물어버려야 할 현재의 흉물이 아닌, 다가올 미래와 더불어 아름답게 동거해 나가기에 충분한 장소로 보였다.
결국 역사는 마멸되지 않는 것으로서 과거는 지우고 없애야 할 애물단지가 아닌, 다가올 미래에 후손에게 보여줄 아름다운 유산이며 소중한 도시 문화의 한 축이다. 경제적인 이윤을 챙기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현대인의 생활을 받쳐주기에 불편함이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것만이 도시건축의 지향하는 바가 아님을 교토에서 볼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이루어져 온 대구의 각종 개발계획은 생산과 소비의 관점에서 거주민들의 경제성만 추구하다 보니, 과거와 현재가 살아 숨쉬는 장소가 아닌 생명력 없는 복제된 도시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결국 도시는 획일화되어 여유보다는 편리성, 휴식보다는 생산성만 강조되는 회색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 숨쉬는 도시이자 미래에 물려줄 명품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명품이라는 속성이 지닌 시공을 초월하는 품격, 즉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균형을 취하는 가운데 도시개발을 유도해가야 된다고 본다. 나열식의 부분적인 개발은 오히려 도시를 천박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꼭 필요한 부분엔 법적 규제를 최소화해 적극적인 개발을 유도하고, 보존이 필요한 공간은 각종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 대구만의 특성과 도시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조성하여야 한다.
개발과 보존의 양면성이 도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활력을 불어넣고 색깔을 입히고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의 도시를 건축함에 있어 개발과 함께 그 이면의 보존대책을 보다 더 세심하게 계획해야 한다. 약전골목이 그러하고 수많은 도심 속에 우리들의 숨은 이야기가 고여 있는 옛 골목길들이 그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흔적은 무조건 없애고 고쳐야 할 개발의 대상이 아니다.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자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바탕이며 미래의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다.
이제 정적이 내려앉은 이 대구에서 다시 돌아보며 생각한다. 우리의 도시 대구의 미래를 위해 어떤 생각으로 공간을 구축하고 도시를 살려나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쉬고 그 속에 문화가 스며들어 어제와 오늘이 단절되지 않고 유연하게 호흡할 때 더 이상 도시는 삭막한 곳이 아니며 떠나고 싶은 공간이 아닌 정 붙여 살고 싶은 공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획일화된 개발보다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도시의 곳곳에서 꿈틀댈 때 대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명품도시 대구다운 도시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최혁준 건축사사무소 이데아2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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