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종플루 휴교기준 '있으나마나'…확진학생 20% 비현실적

신종플루 관련 학교의 휴업 및 휴교 기준이 마련됐지만 기준 자체가 비현실적인데다 학교들이 수업일수 부담 등으로 휴업·휴교를 꺼리고 있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대구시·경상북도 교육청은 지난달 30일 긴급 회의를 열고 확진학생 및 타미플루 복용자가 각각 20%, 10% 이상 발생할 경우 휴업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휴업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로 부분 휴업 혹은 휴교가 가능한 학교는 극히 제한돼 있는 데다 대다수 학교가 수업일수 부담 등으로 휴업 기준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특히 고교 3학년과 특수학교는 '학교장 자율에 따라 휴업을 정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자체적으로 휴업을 결정할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교육당국의 휴업·휴교 지침이 당초에 신종플루 확산보다 수업일수 부족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 수업일수는 220일 이상으로 10분의 1범위에서 감축·운영할 수 있지만 상당수 학교는 이미 감축기간을 재량활동 등으로 사용해버려 휴업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추가 휴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구 한 중학교 교장은 "전에 한 번 휴업을 했다가 부족한 수업일수를 메우는 데 크게 고생했는데 또 휴업하면 대책이 없다"고 했다. 인근의 고등학교 교사는 "최근 한 담임교사가 신종플루에 걸려 일주일간 수업을 못 했는데 주변 교사들은 감염 사실보다 수업 진도를 못 나간 점을 더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교가 수업일수 부담으로 휴교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휴업과 휴교에 대한 현실적이고 통일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고교 관계자는 "미국 등은 천재지변 때 수업일수 확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피해 방지에 주력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확진환자 발생시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에 대해 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한 학급에서 2명 이상 발생할 경우 휴업조치를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신체적으로 밀집된 환경인 교실 내에서 복수의 환자가 발생하면 감염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 있다"며 "한 학급에서 10~20% 이상의 확진환자가 발생한 다음 휴업이나 휴교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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