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돈 때문에 온 게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다문화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가정과 똑같습니다. 부부 간에, 자녀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라도 불거지고 나면 모든 원인을 '다문화가정' 탓이라고 돌립니다.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대구시 중구 종로2가에 위치한 '가톨릭근로자회관'. 한번쯤은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곳에는 매주 300~500명의 이주 노동자와 50여 가구의 다문화가정 사람들이 찾아온다. 함께 이주민을 위해 영어와 베트남어로 미사도 드리고 한글도 배우며, 다양한 한국의 문화도 체험하게 된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다솜학교'도 열고 있다. 유치부, 초등부, 결혼이주여성반으로 나눠서 일요일마다 오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화구연부터 우리말 배우기, 수학, 미술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유치부와 초등부 가톨릭 스카우트도 있다. 격주에 한번씩 대구대교구청 마당에서 행사를 갖고 여름·겨울 캠프도 간다.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소외 계층 누구나 검진받을 수 있는 무료 진료소도 매주 수요일(오후 7시3 0분~9시 30분), 일요일(낮 12시~오후 2시)에 운영한다. 이곳에서 진료할 수 없는 경우 대구의료원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수요일은 환자가 적기 때문에 누구나 찾아와도 환영이다.
이 밖에 이주 노동자 상담(9월까지 420여건) 서비스, 이주 노동자 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가정문제로 잠시 집을 나온 결혼이주여성과 사업체 변경으로 퇴사한 여성 이주노동자를 위한 '루치아의 집' 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노숙인을 위해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 필수품도 제공하고 이발 서비스도 한달에 두차례 무료로 한다. 자활을 돕는 프로그램 운영은 기본이다.
이처럼 다양한 봉사활동을 위해서는 금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대구시와 교구청 지원금, 개인 및 단체 후원금으로 운영되지만 늘 빠듯하다. 수익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것이 '평생교육원'.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영어 캠프'. 필리핀 마닐라의 세인트 조셉 학교의 수업 방식에 따라 현지 교사들이 수업을 맡는다. 이미 세 차례 연수가 진행됐으며 참가자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마닐라 내 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수업은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세인트 조셉 학교에서 이뤄진다. 세인트 조셉은 필리핀 내 10대 명문사립학교에 포함되는 곳으로, 네덜란드 수녀회에서 학사 관리를 맡고 있다. 내년 1월 3~31일(4주간)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으며, 29일과 12월 1일에 영어캠프 설명회가 열릴 예정이다. 최소한의 수익만 창출하고 최대한 실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프로그램 참여가 어렵다. 내년 1월 영어캠프 인원은 20명으로 제한돼 있다. 비용은 310만원. 공항 출발부터 국내 도착까지 추가 경비가 전혀 없다. 국내 대학 영어캠프 비용도 250만~300만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워낙 실비 중심으로 비용이 책정돼 있다 보니 큰 수익은 남기지 못했다. 수익금은 다문화가족의 '다솜학교' 운영비에 쓰이며, 장차 '어머니 나라 방문' 사업을 통해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 장기적 목표이다. 아울러 대구에서는 배우기 힘든 독일어(월 10만원)와 스페인어(월 8만원) 과정을 준비해 두고 있다. 현지에서 유학한 전문강사가 강의를 맡고 있으며, 수준별 학습도 가능하다.
김선규 사무국장은 "관심을 갖고 가톨릭근로자회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주면 고맙겠다"며 "금전적인 지원과 관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문화가정 및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 시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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