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 지원하다 날새요" 국회 미디어담당실 이복우

대한민국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는 총 1천5명에 달한다. 상시 출입기자도 있지만 신문, 방송, 인터넷, 사진기자까지 모두 포함하면 그렇다. 국회 미디어담당실 이복우(38) 담당관이 맡고 있는 일이 이들에게 취재를 지원하고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것이다.

입법고시 14회 출신인 이 담당관은 기획조정실 법무담당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법제실 건설환경법제과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젊은 나이에 미디어담당관실 최고 책임자격에 속하는 직책을 가진 것도 이 같은 경험이 밑바탕됐기 때문이다.

29일 인터뷰 도중 사무실 직원들이 TV 앞에 모여 웅성거렸다. 미디어관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잠깐 TV로 눈길을 돌리던 이 담당관은 지난 1996년을 회상했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노동법을 날치기했고, 이에 맞서 국민회의가 헌재에 위헌 신청을 했지만 헌재는 지금의 미디어법 판결 처리와 똑같이 "과정상 문제는 인정하되 이미 처리된 법안은 효력을 가진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 담당관은 당시 법무담당관으로서 보름간 철야작업을 하면서 헌재와 국회, 국회사무처와 국회의원 사이를 오가며 실무 최일선에서 뛰었다. "노동법과 관련해 헌재 결정의 핵심은 '국회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입법기관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는데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이 같은 결정이 나오게 됐다"며 당시 헌재 판결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항상 일이 많지만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1990년 서울시립대 수석 입학 당시 전국 대학 수석 합격자 중 최연소(만 17세)를 차지할 정도로 손에서 책을 떼지 않았다. 지난 2007년에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대학원에서 공공정책 과정을 이수하는 등 꾸준한 수학이 자신의 성장동력이란다.

경주 출신인 이 담당관은 고향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온다. 웅장했던 고도의 면모는 오간데 없고 자꾸만 작아지는 경주가 마음 아프다. 서울의 경주 출신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서울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라오니까 경주가 더 작아지는구나 하고 생각한단다.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가 살 생각을 하면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경주 외동에 사시고, 울산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형과 대구에서 건설컨설팅을 하는 동생 등 고향 인근에 가족들이 집결해 있거든요. 서울에서 의사로 일하는 아내도 설득해야죠." 경주 입실초교, 외동중, 경주고(36회)를 졸업한 그의 소박한(?) 미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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