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끝난 강둑에 무리지어
다 끝나가는 한 생을 마저 살려고
마구 흔들어대는 저 으악새는
어떻게 내 마음을 통째로 뒤흔들지 않고
내 곁을 지나친단 말인가
성주 가천 닷새장 파장에 부는 소슬바람도
대가천 식당 할매가 말아내논 돼지국밥도
정류장 둘레에 퍼질러 앉아
금방 밭에서 뽑아온 무 배추 몇 단 놓고
국수 말아먹는 아낙의 등굽은 가계(家計)도
어찌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 지나치리
그 모습에서 감동을 찾아 가기도 하고
그 웃음에서 가버린 세월을 되감아오기도 하고
하다못해 연민의 눈길이라도 욕심껏 퍼붓고 갈 일이니
세상에 저 홀로 흔들리는 것 무엇 있으리
연기(緣起)란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상처란 복잡한 말도 이렇게 쉽게 읽히는 시 앞에서는 호사취미이거나 사치이다. 삼라만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도 할 필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끈으로 묶여져 있을까라는 성찰은 필요하겠다. 한적한 '추수 끝난 강둑'의 고요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를 간섭하는 것들과 나와 관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더 눈을 크게 뜨고 싶다면 '성주 가천 닷새장'에서 몸 섞어볼 일이다. 나와 접촉한 그 모든 것들은 모두 나의 것이고 나 역시 그 모든 것들의 일부이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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