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현(52·경산시 중방동)씨는 병원을 모르고 산다. 독감 백신주사 한 번 맞은 적 없지만 감기에 걸렸던 기억은 까마득하다. 최씨는 건강비결이 규칙적인 생활이라고 믿는다. 그의 인체시계는 새벽 5시 30분에 맞춰져 있다. 이부자리에 드는 시간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밤 10시를 넘기지 않는다. 식사 역시 제시간에 꼭 챙겨 먹는다. 틈틈이 산책을 하고, 주말에는 등산을 즐긴다. 최씨는 "피로감이 올 때는 일찍 자는 등 좀더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노정미(40·대구 수성동·여)씨도 환절기를 쉽게 넘기는 편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진 않았다. '약골'로 감기를 달고 살았다. 쉽게 지치고 피곤함을 많이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주민센터에서 웃음강의를 듣고 이를 실천하면서 건강해졌다고 했다. 노씨는 "웃으려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았고 예전에 귀찮게 여겼던 일조차 즐겁게 하게 됐다"고 했다. 먹고, 자고, 운동하는 것도 즐거운 일과가 됐다.
건강한 사람들이 있다. 운동으로 울퉁불퉁한 근육을 다지지도, 철마다 보양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감기 한 번 앓지 않고 계절을 넘긴다.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건강한 사람들에게 보이는 공통점은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 숙면이다. 인체리듬이 자연스러우면 면역력은 저절로 높아진다. 수많은 병원균으로부터 스스로 몸을 지켜낼 수 있는 이유다.
◆내 몸을 지키는 면역력
신종플루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인체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면역력은 한마디로 외부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과 같은 다양한 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인체 방어시스템이다. 신종플루에 걸려도 훌훌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 차이를 면역력에서 찾는다. 영남대의료원 가정의학과 정승필 교수는 "감염성 질환에 노출돼도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이를 결정하는 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과 신체 면역력의 차이"라고 했다.
신종플루 같은 신종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졌을 때 쉽게 걸린다. 우리 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외부 미생물들의 침입에 시달리고 있다. 면역기능이 약해지면 언제라도 질병의 공격 대상이 된다. 좋은 약이 나오고 의학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평소 면역력을 길러 병을 예방하는 것보다 확실한 처방은 없다.
면역력은 '반짝' 노력만으로 높일 수 없다. 면역력을 키우는 건 하나의 성을 쌓는 것과 같다.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낼 수 없는 이치다. 기온차가 큰 환절기에 좋은 음식과 약을 먹는다고 적의 침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면역력을 기르는 건 1년 내내, 평생 챙겨야 하는 습관이다.
◆방어시스템을 높이려면
인체 면역시스템은 컴퓨터처럼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또 어떤 상태를 학습하고, 기억하며 정보를 만든다. 이를 저장해 뒀다가 유사한 상황이 되면 다시 이용한다. 이런 과정은 면역시스템의 단독 임무는 아니다. 다른 내분비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신경계와도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 그래서 다른 부분의 손상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은 면역시스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정확한 경로에 따라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면 피부염, 비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나 류머티스관절염, 루푸스 등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에 걸리게 된다.
인체 방어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려면 몸의 각 기관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서구화된 식습관, 불규칙한 생활,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은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면역력 또한 떨어뜨린다. 부실해진 면역력을 높이려면 우선 잘 먹어야 한다. 좋은 것만 골라 먹는 게 아니라 골고루 먹는 것이다. 요즘 건강기능성식품이 유행하는데, 이런 식품들을 먹는다고 즉각 면역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건강한 면역기능 유지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원료로 인삼, 홍삼, 그리고 상어간에서 나온 알콕시글리세롤을 꼽고 있다. 유산균 섭취도 권장된다. 정승필 교수는 "장 내의 대장균이 점막을 뚫고 조직이나 혈액으로 들어가면 심각한 질환을 일으킨다"며 "유산균은 장내에 공생하는 수많은 세균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빠뜨려서는 안 될 게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온몸의 기관과 세포가 활성화된다. 심장과 호흡 기능을 강화하고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활발히 분비해준다. 의욕을 관장하는 신경이 자극받아 엔돌핀, 도파민 등 기분 좋은 호르몬 분비를 늘린다. 하지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심한 운동 후 1, 2시간 동안에는 혈액 속 면역세포의 숫자나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기능을 낮추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한다.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운동 강도를 80% 이상으로 높이지 말아야 한다.
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밤낮이 뒤바뀐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생체리듬을 파괴해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우리 면역시스템은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는 수많은 침입자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쓴다. 잠은 다른 곳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여 면역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특히 오전 2~4시 사이에는 면역활성물질과 엔돌핀, 성장호르몬이 생성되는 만큼 이때의 숙면은 면역력을 키워주는 보약이나 다름없다.
피해야 할 건 스트레스다. 면역저하의 근본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증가하면 암세포나 바이러스의 방어에 관여하는 세포성(T-세포)면역이 현저하게 억제돼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경북대 의과대학 면역학교실 김문규 교수는 "몸의 리듬을 살려주는 충분한 수면과 각 기관의 활성화를 돕는 적당한 운동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힘을 기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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