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테니스와 가정

의사에게도 체력이 중요하다. 특히 외과의사한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테니스 경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요일에는 부부 테니스팀에 속해서 경기를 즐긴다. 그런데 같은 부부끼리는 팀을 이루어서 경기를 잘 하지 않는다. 한 번은 부부끼리 팀을 만들어 경기를 시켜봤다. 그러자 문제가 생겼다. 테니스 특성상 남편이 대부분 아내보다는 경기를 잘한다. 아내가 실수를 했다. 남편이 처음은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또 아내가 실수를 했다. 이번에는 남편이 "그것도 못 치냐"고 한마디를 했다. 아내도 첫 마디는 참았다. 아내가 또 실수를 했다. 남편이 또 잔소리를 했다. 덧붙여 남편이 아내가 공을 쳐야 할 영역까지 침범해서 공을 쳤다. 아내도 화가 난다. 실수한다고 면박을 받은데다가 남편이 자기 영역까지 침범해서 공을 치니 자존심도 상한다. 이번에는 남편이 실수를 했다. 잘 되었다 싶어 아내가 "지는!" 하고 앙갚음을 한다. 결국 그 팀은 경기에 졌다. 그리고는 서로 '너 때문에 졌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테니스장을 나왔다.

한편 상대팀을 보았다. 아내가 역시 실수를 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했다. 그래도 남편은 "괜찮아, 괜찮아" 했다. 또 "파이팅" 하고 외치면서 손뼉도 마주쳐 주었다. 그리고는 아내가 맡는 쪽은 아내한테 맡겼다. 실수를 해도 그쪽은 '네가 맡아' 하고 믿어주었다. 한번 잘하면 "잘했어" 하고 박수도 쳐 주었다. 그 팀은 대부분 승리를 했다. 어쩌다 지면 아내가 먼저 "내가 잘 못 받쳐 주어서 졌다"고 남편을 위로해 주었다. 그러면 남편은 "무슨 소리. 내가 잘 못해서 졌지"라고 웃으면서 아내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나는 상상해 보았다. 테니스 경기가 끝난 후 집에 갔을 때 두 팀의 '저녁 반찬은' '다음날 아침밥은' '아침밥을 먹고 출근한 남편의 직장생활은' 어떻게 다를까? 하고 말이다. 앞 팀의 저녁 반찬은 점심에 먹다 남은 것일 것이며 아침밥은 찬밥일 것이고 그런 밥을 먹고 출근한 남편은 직장의 일에 짜증을 부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할 것이다. 반면에 뒤 팀의 저녁 반찬은 풍성할 것이며 아침밥은 따끈따끈하고 그런 밥을 먹고 출근한 남편은 일터에서 웃으면서 일을 하고 일도 술술 잘 풀릴 것이다.

찬 바람이 부는 지금 모두 힘들어한다. 늦가을의 낙엽 지는 소리에 우울해하는 가정도 많다. 그렇지만 우리 서로 "괜찮아, 괜찮아" 하고 등을 한번 두드려주자. 때로는 "짱" 하고 손뼉도 마주쳐주자. 그리고 한번 잘하면 "잘했어" 하고 자존심도 세워주자. 그러면 이 늦가을의 쓸쓸함도 덜어지지 않을까? 다가올 차가운 겨울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임만빈(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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