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놀이를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학교 일과를 마치고 나면 방과후 활동으로 각종 학원과 과외, 예체능 활동으로 오후 시간을 정신없이 보낸다.

이렇게 배우는 일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줄까? 먼 미래를 위해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는 아이들이 성공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그럴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진 못할 것이다. "남들이 하니까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 아이는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라면 지금의 노력이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은 무엇일까? 친구와 학원 간 일, 학원을 빠지고 놀러간 일, 친구 생일 파티에서 PC방 간 일,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 빼곡히 적어야 하는 여행들, 학원 사이사이 시간 날 때마다 옹기종기 모여서 30분, 1시간 놀기. 이런 기억들이 어린 시절 추억이라면, 모든 아이들의 추억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대한민국 아이들은 개성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그렇고 그런 아이들로 자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조상과 선배들은 놀이에서 어린 시절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을 배워왔다. 또래와의 관계 설정, 선배로부터 모방, 사회적인 역할, 규칙 지키기, 공동체 의식 등 사람으로서 어울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을 동네 아이들 놀이 속에서 배우고 익히며 키워 나갔다. 협동해야 재미있고, 몸을 움직여야 더욱 재미있는 놀이들이 우리의 전통 놀이들이고 동네 어귀에 모여서 하는 놀이들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하나둘 잊어가고 있다. 동네 큰아이 혹은 친구들로부터 배우는 이런 놀이들이 바쁜 일상에 밀려서 해볼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흔히 부모들은 휴식이라는 말 속에 놀이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놀이가 쉬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놀이와 휴식은 서로 다른 의미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어른이 하는 노동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그 또래에 맞게 일하고 있는 것이다. 몸을 끝없이 움직이고, 머리로 규칙을 생각하며 좀 더 잘해보려고 협력하고 노력하는 것은 어찌 보면 격렬한 노동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속에 찬 응어리를 확 날려버리려면 시간제한은 없지만 최소한 2시간은 놀아야 제대로 놀았다고 말한다. 실컷 놀고 나면 아쉬움이 사라진다. 시간이 제한된 놀이는 경기이며 게임이다. 시간이 단절된 놀이는 진정한 놀이라고 볼 수 없다.

이제 어른들은 진정한 놀이를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너희들의 꿈을 위해 지금 시간을 조금 희생하는 거라고 말하지 말자.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은 아이들에게 평생을 살아가는 소중한 밑거름이다. 제대로 놀 줄 아는 아이들이 앞서 나가는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다.

김병현 (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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