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물의 도시 대구를 꿈꿔본다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인 물은 지구는 물론 사람과 동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재화다. 인체의 70%, 어류의 80%, 물속 미생물의 95%가 물로 구성돼 있다. 생명의 근원인 셈이다.

이 생명수가 인류에게 부족하다고 한다. '물 분쟁'이란 말이 등장해 세인의 주목을 끈 것은 1972년부터다.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란 보고서를 통해 물 부족에 따른 국가 간 분쟁을 그때 예측했다. 세계는 식수원을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고, 인접한 나라나 지역끼리 싸우지 않도록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성장의 한계'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땅을 파면 석유가 나오는 중동과 달리 어디를 파도 물이 나오는 우리나라는 '물 부족'과 '물 분쟁'이란 말은 그럼에도 '강 건너 불'이었다. 그리고 37년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도 물이 걱정거리가 됐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는 우리나라를 리비아 모로코 이집트 폴란드 벨기에 등 여러 나라와 함께 물부족국가로 분류했다. 한국의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은 1993년 1,470㎥로 물부족국가에 해당하고, 2000년은 1,488㎥, 2025년에는 1,327㎥~1,199㎥가 될 것으로 이 연구소는 분석했다.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283㎜이지만 국토의 70%가 급경사지(산지)이고, 여름철 집중 강우로 많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인당 연간 물 사용 가능량 1,000㎥ 미만은 물기근국가, 1,000~1,700㎥는 물부족국가, 1,700㎥ 이상은 물풍요국가란 잣대를 댔다.

'물 유토피아'인 우리나라가 물 부족을 걱정하게 된 것은 비단 적은 강수량과 많은 산 탓만은 아니다. 물 오염, 물 낭비도 물 걱정을 하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낙동강에 먹는 물을 대부분 의존하다시피하는 대구의 경우 부족한 물보다 오염된 물이 더 걱정이다. 페놀오염, 1, 4다이옥산 오염으로 대구 시민들은 낙동강과 물에 대한 공포감까지 갖고 있다. 대구 이미지도 물로 인해 나빠졌다. 그래서 낙동강 취수원을 구미 위쪽으로 옮기자는 제안이 나왔고 실제 정책에 반영될 예정이다.

취수원을 옮긴다고 물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걸까? 그렇지 않다. 오염된 강물을 고도정수처리한 수돗물을 국민 95%가 불신한다. 약수(藥水)도 대장균이 득실대는 경우가 있어 신뢰하지 못한다.

이런 대구가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대구 지하에 흐르는 천연암반수 개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공식 사업명은 '소규모 수도시설 개량사업'으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 지역에서 늘 해오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유는 대도시에 첫 적용되는 사례란 점 때문이다.

잦은 낙동강 오염 사고로 인해 환경부가 대구에 지하수 개발비를 대줄 마음을 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구 지하에 프랑스산 에비앙 광천수와 맞먹는 천연암반수가 흐른다는 연구 결과가 환경부 관계자의 마음을 움직인 측면이 더 강해 보인다.

대구 출신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익환 박사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대구 지하 암반은 대부분 화강암층인 다른 대도시와 달리 퇴적암층이라 미네랄이 가득 녹은 지하수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물을 갖고 있으면서 대구 시민들은 5천여개의 관정을 통해 사용 가능량의 3분의 1 정도를 끌어올려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있다.

대구시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제 표본조사한 결과 대구 지하수는 먹는 물로 쓰기에 손색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비상 식수와 건강 음용수용으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대구시, 그것도 수돗물 정책을 총괄하는 상수도사업본부가 수돗물 정책과 배치될 수도 있는 천연암반수 개발에 나섰다는 사실이 우선 신선하다. 대구 시민 누구나 500m 이내에 있는 '동네우물'에서 질 좋은 천연암반수를 길어 마시게 되는 5년 뒤를 생각하면 즐겁다.

특히 '동네우물'이 이웃을 만나고 문화행사 등을 통해 공동체문화를 만드는 장소로 거듭나는 그날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최재왕 정경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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