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사이좋은 비둘기파

오기와라 히로시 글/서혜영 옮김/작가정신 펴냄

이름만 번듯한 유니버셜 광고사. 일거리가 없어 문 닫기 직전인 이 광고사에 정체불명의 기업으로부터 파격적인 조건의 광고 의뢰가 들어온다. 거액의 계약금에 덜컥 광고주를 만나고 보니 '피스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야쿠자 조직 '비둘기파'. 신변에 위협을 느낀 광고사 사장과 직원들은 광고주의 마음에 드는 광고물을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사이좋은 비둘기파'는 요즘 국내에서 인기 높은 '일드'(일본 드라마)의 어느 한 장면처럼 익숙하다. 드라마 설정이나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정말 그렇다. 축구를 좋아하는 딸에게 쩔쩔매는 불량아빠이자 카피라이터인 스기야마, 혀 아래 혀가 하나 더 있다는 달변가이지만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광고사 사장 이시이, 4차원 사고의 소유자로 일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아트디렉터 무라사키.

영악한 척하지만 어수룩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 삼인조가 맞닥뜨린 비둘기파 조직원은 겉모습은 흉악하지만 인간적이다. 조직에 오래 몸담았지만 상납금이 적어 출세하지 못하는 말단 간부 가와타, 육상 유망주에서 폭력배로 전락한 가와타의 부하 가츠오, 좌익 운동을 하다 뜻하지 않게 야쿠자 조직에 합류하게 된 엘리트 사기사와 등 남모르는 애환을 간직한 인간 군상들이다. 연속극처럼 펼쳐지는 장면들이 웃음과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452쪽, 1만2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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