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하던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때 느끼는 혼란은 '펫 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 즉 상실 증후군이다.
애정이 깃든 대상을 잃는 것은 커다란 아픔이다. 그 이별이 죽음이라면 더욱 견디기 힘들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할 때 사람은 상실의 과정, 애도의 과정을 지나야 한다. 그 애도의 과정은 이후 정신적 안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어린 아이들에게 아버지나 어머니의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흔히 죽음을 에둘러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죽음을 잠시 '여행'을 떠난 것으로 받아들이며 곧 돌아온다고 믿는다. 누구도 죽음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 중에는 "엄마의 장례식 때 미끄럼 타고 장난친 기억만 있다"고 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설명한답시고 무시무시한 공포를 곁들여 엄마의 죽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엄마는 하늘나라로 갔지. 하늘나라는 아름다운 곳이란다'라는 식으로 설명한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이도 엄마를 따라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죽음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엄마가 죽었는데도 천방지축 뛰어노는 아이들. 그 철없는 아이를 보며 어른들은 더욱 슬픔에 빠진다. 어린 아이들은 사별의 고통을 모를까.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도 안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어른과 다를 뿐이다. 다르기 때문에 어른들 눈에 아이들의 애도방식은 슬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상은 좁고, 아이들은 아는 것이 적기 때문에 어른보다 더 슬프다.
4세쯤 된 아이들은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 만화 영화의 주인공처럼.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잠시 동안의 헤어짐처럼 와 닿는다. 만 5세에서 7세까지 아이들은 죽음에 대해 어른과 비슷한 개념을 가진다. 그러나 이때에도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자신의 부모는 죽지 않는다고 믿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는 죽음이 없다고 믿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책은 어린 나이에 소중한 사람과 이별을 경험한 아이들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씌어졌다. 아이들은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슬퍼하는지,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책은 상처 입은 아이들의 '치유 여행'이라고 할 만하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사랑, 슬픔, 용기, 두려움, 힘, 혼란, 외로움 등을 만난다. 어떤 것은 칙칙하고 어떤 것은 쓰라리며, 또 어떤 것은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상처를 딛고 일어선다. 이 쓰라린 과정은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과정이다.
부모의 죽음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상실의 고통을 주는 예는 많다. 책은 여러 가지 종류의 상실을 겪은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와 치유 과정을 담고 있다. 이별과 상실을 경험한 아이들은 위로받고 치료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안정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215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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