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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교의 일본어 원류 산책-44] '아왔대'가 '아와테루'

도래인들의 말이 토착어화한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누군가를 무척 기다리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배를 타고 나타났을 때 이 소식을 들은 사람은 너무도 기쁘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아왔대'란 말은 바로 위와 같은 상황 속에서 나온 말로 그래서 생겨난 말이 '허둥거리다, 당황하다'라는 뜻의 아와테루(慌てる)다. 물건을 보관한다는 '갖다두다'는 비슷한 형태로 남아 '가타쓰케루'(片付ける)인데, 그 뜻은 책상을 '가타쓰케루'하면 '정리하다', 문제를 '가타쓰케루'하면 '해결하다', 딸은 '가타쓰케루'하면 '시집보내다', 방해자를 '가타쓰케루'하면 '죽인다'로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정리하는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마참해' 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나 '아주 참하다'라는 우리말로 '진실하고 성실한' 것을 말하며, 이런 '마참한 색시'는 70년대까지만 해도 가장 좋은 마누라감의 대명사였다. 이 말이 일본어로는 '마지메'(眞面目)인데, 한자 표현 그대로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진심, 진정, 성실, 착실함'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모여라'는 '아쯔마레'(集まれ), '고만'은 일본어로 '고바무'(こばむ)로 '거부하다'라는 뜻이고, 손을 '펴다'는 일본어로 '히라쿠'(開く), '겹치다'는 '가사네루'(かさ■る), '솟구치다'는 소비에루(そびえる), '무르다'는 '모로이'(もろい)로, 이런 발음들은 언뜻 들으면 한국어로 착각할 정도다. 특히 고대 한국어는 일본의 지방 방언 속에 많이 남아있다.

후쿠오카(福岡)에는 '불티 같애'라는 말이 변한 '후테갓테'(ふてがってぇ)가 있어 이는 '깜짝 놀람'을 나타내는 말이며, 싫다는 의미의 '싫지'는 '시로시'(しろし)이고, 말끝에 '~다이, ~마이(~だい, ~まい)'를 붙이는 습관은 경상도 방언의 '간데이, 간다이, 간마이'라는 표현과 꼭 같다.

구마모토(熊本)에서는 '무척'을 '무샤'(むしゃ), 까불거리다의 '까불'은 '가부루'(かぶる)라고 하며, 나가사끼(長崎)에서는 '말씀'을 맛세(まっせ), '강도같이'를 '간도구찌'(がんどくち)라고 하는데, 이는 '생각난 대로 툭툭 내뱉어 미움받는 입'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고시마(鹿兒島)에서는 냄새의 '내'가 '니에'(にえ), 대답할 때의 '예'는 '이이에'(いいえ), '같이'는 '갓쓰이'(がっつい), '편지'는 '헨지'(へんじ)라고 하며, 이러한 방언은 일본 전국에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 어원을 따져보면 하나같이 고대 한국어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방언이야말로 고대 한국어의 '말의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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