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스런 性상담]여성 성기능 장애?

비아그라가 시판되고, 효능이 일반인에게 알려지면서 남성들의 발기부전 상담이 많아졌다. 이제는 발기부전에 대해 수치심을 갖지 않고 노화라는 인생의 과정으로 여기면서 치료에 적극성을 갖게 되었다. 몇 달 전에는 '프릴리지'라는 조루 치료약이 발매되면서 갑자기 조루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남성의 성기능 장애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여성에 대한 성기능 장애 치료는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이다.

진료 중에 여성이 먼저 자신의 성기능 장애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하더라도 별다른 치료법을 제시할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전문의에게 성문제를 상담할 수 있어야 남녀 평등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부부간 성 문제가 남성들만의 고민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하는 말이다.

여성의 성기능 문제는 남성처럼 주로 발기현상이 아니고 성욕구 장애와 성각성 장애, 극치감 장애 같은 성반응 장애로 분류하거나 성교통 또는 불감증 유무를 따지는 것이다. 전적으로 여성들의 감각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입에 오르내리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더욱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성 욕구와 각성의 과정에서 정신적인 부분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성 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성처럼 눈에 보이는 발기력 측정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어서 유병률이 높은 반면 원인이 불명확하다. 그래서 오래 전 의대생 때 배운 여성 성 반응이나 정의, 분류가 지금까지 통용될 정도로 이론이나 진단법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까지도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결과가 없을 정도이니 사람들의 기대심리만 높이고 있다.

남녀 간 극치감의 도달시간 차이가 다른 점도 중요하다. 발생학적으로 남자의 음경은 여자의 음핵과 같아서 신경전도의 속도차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수용 기관의 분포 차이만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감각수용 기관이 많거나, 성기해면체(음핵)가 퇴화돼 이완되는 시간이 길어서 5~8분 더 걸린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성반응은 성호르몬의 환경과 외성기 혈관계 및 신경계에도 영향을 받지만 정신적 환경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기질성 원인만큼 심인성 원인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진단법으로는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평가가 매우 어렵다. 그동안 여성 성기능 장애는 심인성이 주를 이루고 폐경기가 일부 담당할 정도라고 여겨져 오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남성처럼 혈관성, 성인병, 약물복용 등에 의한 것도 고려해야 할 정도이다. 부부 성문제는 절반의 책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고 보고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박 철 희 (계명대 동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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