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바람에 찬기운이 서린 겨울의 문턱, 따뜻한 차(茶)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차는 이미 생활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출근 뒤 커피 한잔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식당에서도 디저트로 차가 빠지지 않는다. 백원짜리 몇 개만 있으면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 마실 수 있고, 길거리 가게에 들어가도 캔 커피와 캔 녹차가 진열대에 가득하다. 하지만 이 가을에는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식 차보다 물을 끓이고, 찻잎을 우려내는 수고와 여유를 담은 녹차 한잔을 마셔보는 것이 어떨까.
▷항암효과에 노화도 늦춰=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차 중 하나가 바로 녹차다. 차는 처음에 약용으로 사용되었을 만큼 기호 음료일 뿐만 아니라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녹차의 맛은 곡우(穀雨)가 지난 4, 5월이 좋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분위기는 가을이 최고다. 떨어지는 낙엽,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함 속에 마시는 차 한잔은 급하게 달려온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찻물을 끓이고 그 속에 차를 넣어 우려낸 한잔의 녹차는 깊어가는 가을 맛을 담는다.
녹차는 분위기만 주는 게 아니다. 녹차가 함유한 '테아닌' 성분은 뇌혈액 장벽을 통과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고, 안정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테킨, 비타민C, 엽록소 등의 성분은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춰 고혈압과 동맥경화,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특히 녹차 전체 중량의 15%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카테킨'은 항산화 능력이 비타민의 40배에서 100배에 달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와 있다. 카테킨은 피부노화 방지에 좋아 예부터 녹차 최대 산지인 중국 항저우는 미인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할 것도 있다. 녹차는 혈소판 응고를 막아 위궤양, 급성출혈성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녹차는 칼슘과 철분제의 흡수력을 떨어뜨려 우유 등과 함께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저녁식사 후 과다섭취는 숙면을 방해한다. 성분 중 하나인 '타닌'은 철과 결합하면 흡수를 방해해 식사 중이나 전후로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제대로 마시려면=차를 마실 때는 특유의 향을 입 안 가득히 즐겨야 한다. 우선 찻물은 수돗물보다는 생수나 정수기물로 준비한다. 차의 맑은 맛을 느끼기에 좋다. 유빈문화원 이화순 원장은 "물의 온도는 차 맛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며 "어린 순으로 만든 고급차일수록 제 맛을 내려면 낮은 온도의 물에서 우려내야 한다"고 했다. 펄펄 끓인 물은 숙우(熟盂'물 식힘 그릇)에 따라 약간 식혀준다. 70~80℃가 되면 차를 우릴 수 있는 적당한 온도가 된다. 뜨거운 물을 곧바로 차를 우리는 데 사용하면 쓰고 떫은 맛이 난다.
찻잎의 양은 1인분에 2g 정도로 하고 우려내는 시간은 2, 3분으로 한다. 5분을 넘기지 않아야한다. 찻잎이 너무 적으면 싱겁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쓰고 떫은 맛이 강해진다. 차는 한 입에 털어 넣지 않고 천천히 한 모금씩 마시며 그 부드러움과 향을 느끼며 마신다.
맨 처음 우려낸 녹차는 말려 건조하기 때문에 펴지는 시간이 부족해 영양성분이 다 우려나오지 않고 떫고 거친 맛을 내기 쉽다. 따라서 녹차 고유의 맛은 보통 두 번째 우려냈을 때 가장 깊고 풍부하다.
티백차라면 물 속에서 좌우로 흔들어 우려낸다. 물의 온도는 60~70℃ 정도가 적당하고 잎차보다 짧게 우려낸다. 우려낸 다음 건져내고 한번 더 우려내 마셔도 괜찮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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