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알 이상 섭취는 삼가야
가을이면 온 세상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주말이면 만산홍엽이 된 산마다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런저런 연유로 시간의 제약을 받는 현대인들에겐 이런 아름다운 정경을 만끽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우면서 쓸쓸한 계절이기도 하다. 도심 속 사람들은 아파트단지나 도심공원에서 가을 풍경을 느끼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 가로수 정비사업과 도심공해 해소 일환으로 거리마다 은행나무를 많이 심어 삭막한 회색빛 도심이 가을이면 노랗게 물들어 시민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출퇴근 시간 때 길가를 노랗게 색칠한 은행나무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자기가 좋아하던 사진첩이나 수필집을 펼치다가 오래 전에 책갈피에 끼워 둔 은행잎을 발견하고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어린아이가 이부자리에 지도를 자주 그리거나, 어른들이 호흡기가 좋지 않아 기침을 하면 할머니께서 은행이 좋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난다.
요즘은 시골보다도 도심에서 은행나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노란 은행잎 사이로 주렁주렁 달려 있는 은행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는데, 은행나무는 우리들에게 가을을 느끼게 하고 감상적으로 바뀌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은행알을 싸고 있는 겉씨 껍질를 제거하다 보면 아름답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역겨운 냄새로 일순간 사라진다. 은행(銀杏)은 은행나무의 종자로 백과(白果)라고 하며 10, 11월에 성숙한 과실을 채취해 겉씨껍질를 제거한 후 말려서 사용한다. 맛은 달면서 쓰며, 소량의 독이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천식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으며, 소변량을 줄이는 작용이 있어 빈뇨와 야뇨 증상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체질적으로 태음인에게 이로운 약재이며, 순환기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약리학적으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날 것은 이뇨작용을, 구운 것은 소변량을 줄이는 작용이 있다.
은행은 신선로 같은 고급 음식이나 안주상에 올리는 귀한 식품으로 대접받아 왔을 정도로 독특한 맛이 있지만, 독이 있기 때문에 하루 10알 이상 먹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은행은 날 것으로 먹으면 입과 목안을 자극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고, 열을 가해 익히면 독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익혀 먹어도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중독된다. 중독되면 중추신경을 자극해 복통과 구토, 설사, 발열, 경련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어린이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은행잎도 우리 몸을 정화하고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약품으로 많이 개발되고 있다. 푸른 은행잎(白果葉)은 은행처럼 천식을 치료하는 효능과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은행잎 추출물에 들어있는 징코 플라본 글리코사이드라는 물질은 혈관 확장기능이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혈액의 점도를 저하시켜 각종 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은행잎 추출물에는 항산화제 성분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내 생리 기능과 건강 유지에 필요한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은행잎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을의 낭만을 느끼게 하는 은행나무이지만 암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의 겉껍질에 함유된 '비오볼'(Biobol)이라는 물질 때문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데다,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국립산림과학원은 내년부터 전국에 열매가 맺지 않는 품종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민들이 길에 떨어진 노란 은행 열매를 주으며 가을 정취를 느끼던 도심 속 풍경이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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