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44'자영업)씨는 임실필봉농악을 대구에 알리는 전도사다. 필봉농악은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300년 전 부터 전승되어 오는 마을 풍물로 호남 좌도 농악을 대표한다. 1988년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11-마호로 지정됐다. 다른 지역 농악에 비해 분위기 돋우는 역할을 하는 잡색(각시, 할미, 양반, 화동, 무동 등)이 많이 편성되어 있으며 뒷굿(연극적 행위)과 연희자'관객의 구분이 없는 대동놀이가 중심을 이룬 것이 특징. 필봉농악의 독특한 구성은 농악의 중요한 쓰임새가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동력이었음을 반영하고 있다.
임실필봉농악 대구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많은 경상도 풍물을 두고 왜 전라도 농악을 배우게 되었을까. 우리 가락에 관심이 많았던 손 지회장은 1996년 '우리가락 얼쑤패'라는 단체에 들어가 취미로 풍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해 여름 우리가락 얼쑤패가 필봉농악을 배우기 위해 전북 남원을 방문했다. 필봉농악을 처음 접한 자리에서 그는 필봉농악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다른 지역 농악보다 가락이 다양하고 짜임새가 있어 듣는 사람뿐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의 감정을 많이 자극합니다. 경상도 풍물에서는 맛볼 수 없는 또 다른 가락의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상도에서 전라도 농악을 배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배울 만한 곳이 없어 주말과 여름 휴가를 이용해 대구와 임실을 오가며 농악을 배웠다. 자동차로 임실까지 가는 데만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지만 배움에 대한 즐거움으로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필봉농악을 배운 지 벌써 14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틈이 나면 임실로 간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상도와 전라도 풍물을 모두 접해 본 손 지회장은 농악에 대한 호남지역의 열정이 부럽다고 했다. "농악을 바라보는 시각이 경상도와 전라도는 확연히 다릅니다. 임실군의 경우 읍'면마다 농악단이 구성되어 있으며 토요일마다 모두 모여 연주를 할 만큼 전통을 보존'계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또 대구뿐 아니라 서울, 군산, 순천, 전주, 광주 등에 지회를 두고 있으며 뉴욕에도 지회가 있습니다. 유럽 진출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필봉농악은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해 뛰고 있습니다."
필봉농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대단하다. 임실군은 1993년부터 2007년까지 27억3천만원을 들여 2만4천338㎡ 부지에 임실필봉농악전수교육관을 건립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임실필봉농악 역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필봉풍물촌(면적 4만8천901㎡)을 조성했다. 총 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필봉풍물촌은 전수교육관을 비롯해 풍물전시관, 한옥체험단지, 옥외공연장, 강당, 숙소, 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구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필봉농악의 인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매년 3천여명 이상이 필봉농악을 배우기 위해 전수교육관을 찾고 있습니다."
손 지회장은 2007년 봄 동료 몇명과 함께 중구 동인동에 대구지회를 열었다. 대구 사람들에게 필봉농악을 전수해주기 위해서다. 개소 역사는 짧지만 풍물의 멋과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구지회도 제법 틀을 갖추었다. 현재 회원은 40여명.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온 서너살 아이부터 칠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회원들은 봄에 열리는 대구풍물굿한마당을 통해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또 여름에 열리는 필봉굿축제에도 참가해 본고장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기도 한다.
필봉농악 대구지회는 '우리가락 체험한마당'이라는 이름 아래 분기별로 무료강습회(053-422-2279)도 열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시작되는 무료강습회에서는 우리 가락이 가진 흥과 기본기를 익힐 수 있다. 올 마지막 무료강습회는 12월 중 시작될 예정이다.
무료강습 코스를 마친 뒤 좀 더 깊이 있는 가락을 배우려면 회원으로 활동하면 된다. 필봉농악 대구지회에는 매일 저녁 풍물 가락이 울려퍼진다. 월요일에는 중급, 화요일에는 무료강습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위한 기초, 수요일에는 초급 공부 모임 자리가 마련되고 금요일에는 자체 연습이 이루어진다.
손 지회장은 "풍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정과 마음을 나누는 곳이 필봉농악 대구지회입니다. 대구지회의 문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우리 가락을 배우며 진솔한 삶의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대구지회를 많이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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