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즐거운 책 읽기]지방은 식민지다(강준만 /개마고원)

스스로 찾아가야 할 '균형발전의 길'

충청권 행정중심도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건설로 지방 살리기에 나섰던 지난 정부의 지방정책을 뒤집는 지방 죽이기가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임총리가 총대를 멘 모양으로, 세종시는 수정되어야 한다고 당당히 소신(?)을 밝히면, 여당의 유력인사가 원안대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총리를 공격하는 양상으로 진행되는데 장단이 아주 잘 맞다. 이 와중에 청와대와 여당은 여론의 향방을 요리조리 살필 것이다. 이미 결정된 국가정책을 이렇게 번복해도 되는 것인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따금 농촌마을에 가보면, 대도시에서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멀쩡한 집들이 텅 비어 폐가가 되어 있는 걸 보게 된다. 한때는 번성했을 그 집들은 주인을 잃고 쓸쓸히 허물어져 간다. 농촌뿐일까, 중소도시의 모습은 70,80년대의 풍경을 간직한 채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반면, 서울은 사람과 건물들로 넘쳐나 대조를 이룬다. 수도권으로 사람과 자원의 대부분이 몰리는 지독한 집중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진정 없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과 지역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지방은 식민지다'를 읽었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서 서울의 오만과 편견, 내부 식민지의 토대, 교육,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등 지방의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해 각 부분별로 내부 식민지를 다지는 토대와 현실을 꼼꼼하게 진단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에서 이만큼 수도권에 정치경제문화교육이 모두 몰려있는 나라는 없다며, 지방의 서울지향과 무조건적 짝사랑이 서울의 지방홀대, 무관심과 나란히 공존하는 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라고 말한다. 강준만 교수가 살고 있는 곳이 전라북도 전주이고, 그는 지방의 국립대학교 교수이다. 그의 제자들은 모두 지방대학 출신자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면치 못할 터이니 그의 문제의식은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북을 떠나는 사람이 하루에 60명이라고 한다. 1960년대 250만이었던 인구가 이제는 150만명이 되었단다. 고향을 떠난 지방 사람이 서울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강교수는 고향을 떠난 그들이 서울에서 직면하게 될 고단한 변두리 삶에 대해 연민하기도 한다. 인구유출문제는 대구도 상당히 심각한 실정이다.

대학 갈 때 서울소재 대학으로 가고 취직할 때 서울로 가는 식으로 해서 젊고 우수한 인재가 고향을 떠나고, 일단 떠난 이들은 정치인이 되어 표를 얻으러 오지 않는 이상 대구에 별 미련도,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정치인도,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발전은 어렵다. 정부의 수도권집중정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저항해야 할 것 같지만 별로 그러지 못한다.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지방 국회의원들은 어차피 지방에 별 관심이 없다. 아무도 지방을 위해 울지 않는다. 당사자인 지역민들이 아파해야 하는데 무엇에 항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지방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진정 없는 것일까? 저자는 지방은 이제 '서울 탓'보다는 '내 탓'을 더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의 문제를 지방이 먼저 지적하고 해결하자고 한다. 중앙집권 체제가 가져온 '레드오션' 체제가 모든 한국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과 더불어 지방이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이해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이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발상을 포기한 만큼 그 걱정도 지방이 해야 한다. 수도권의 고민도 헤아려가면서 좀 더 정교한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해나가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을 지방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출향인들의 고향사랑 기부나 기여방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각급 동창회가 지역사랑을 주제로 기부봉사를 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막연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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