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내 전력 소비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30조원에 이른다. 산불로 인한 피해액은 한 해 1천200억원에 달하며 음주 운전에 의한 사망자수는 매년 6천여명, 피해액은 무려 2천100억원이나 된다. AIDS에 의한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1천200명에 달하며 1인당 경제적 비용이 4억원으로 추정된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9조원 가까이 된다. 이 엄청난 손실을 줄일 수는 없을까? 이러한 문제들의 공통점은 법적인 조치로는 한계가 있으며 개개인의 자각이나 참여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도와 정책은 강제로만 규정하기에 한계에 이른다. 때로는 벌금으로, 때로는 형벌로, 때로는 포상으로 해결해보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개인이 자기 스스로의 이득을 위해서 동기를 부여받거나 사회적인 이득을 위해 자발적인 협력을 보여야만 이루어진다.
이러한 공익적 손실 문제나 목표 달성을 해결하는 데는 3E의 조치 단계가 있다. 첫째는 Enforcement로 법적인 강압조치이다. 둘째는 Engineering으로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조치이다. 셋째는 Education으로 교육적인 조치이다. 산불 방지를 예로 들면 법적인 조치는 산 근처에서라도 흡연을 하면 과중한 벌금을 부가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다. 기술적 조치는 안전한 곳에 캠프촌을 만들어 준다든가 산불이 나기 쉬운 진입로는 폐쇄조치를 하는 것이다. 교육적 조치는 효과적인 산불방지 캠페인이나 계몽 교육을 전국적으로 벌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인 조치와 기술적인 조치는 그런대로 강한 편이다. 음주, 흡연, 산불 안전벨트 등에 대한 법적인 규제와 기술적인 조치만 해도 괄목할 만한 수준의 강화나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적인 면, 즉 계몽과 공익 캠페인의 수준은 그러하지 못하다.
학문적으로도 이 분야는 낙후하다. 심리학, 마케팅학, 커뮤니케이션학, 광고홍보학, 사회학 등 관련분야에서 간헐적으로 연구가 나오고 있기는 하나 매우 빈약하다. 정부에서는 해당 이슈에 따라 표어 공모전을 벌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과학적 접근의 가장 좋은 예는 공익 캠페인에 마케팅의 개념을 도입하는 시도이다. 이른바 마케팅 이론의 핵심인 제품 (product), 가격 (price), 장소(place), 촉진 (promotion)의 4P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개발도상국의 경우 AIDS 방지를 위해 콘돔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해 먼저 콘돔을 여러 가지 색상으로 제작했으며(product), 편의점에서도 쉽게 콘돔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place). 정부에서 보조하여 콘돔의 가격을 낮추고(price) 인기 가수의 노래를 통해 사랑의 책임을 강조하도록 했다(promotion). 마케팅의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하다는 것이다. 감각에 의존하지 말고 실증적인 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강에다 불법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공익 광고를 보면 사람들은 의외로 "다른 사람들도 쓰레기를 강에 버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역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산불 방지를 위해 맥과이어 같은 학자들은 무려 16가지 인식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밤에 동물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어 산이 인간들의 심신 단련장이 아니라 동물들의 마을과 같은 곳이라는 인식을 주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공익 캠페인에 거는 일반인의 기대는 대체적으로 미미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공익캠페인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에너지 전략 캠페인으로 5%의 절약 목표를 달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조5천억원의 거금이며 같은 목표치를 적용하면 음주운전의 경우 한 해에 300명의 목숨을 구하며 60억원의 산불 피해를 줄인다. 공익 캠페인의 비용은 법적인 조치나 기술적인 조치에 비해 훨씬 적다. 운이 좋으면 히트한 공익광고 하나로도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는 과학과 전략의 영역이다. 소득수준의 증대로 복지가 향상되면 공익 캠페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암과의 전쟁, 자연보호, 산성비 피해 줄이기, 낙태 줄이기, 청소년 음주 방지, 대중교통 이용하기, 안전벨트 착용하기, 비만예방조치 등 수많은 사회적 과제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법적인 강제조치는 최소 수준에 머물고 많은 부분이 공익 캠페인에 의존하게 된다. 이제 OECD 국가로서의 면모를 살려 과학적인 공익캠페인의 개발과 지원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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