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개미허리' 원조 비비안 리

'개미허리'의 원조는 영화배우 비비안 리(1913~1967)가 아닐까.

영화의 고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아름답고 강인한 스칼렛 역을 맡았던 그녀는 19인치 허리를 자랑했다. 남북전쟁 당시 여성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그 아래로 풍성한 주름을 넣어 만든 롱드레스를 입었기 때문에 그녀의 날씬한 허리는 영화와 잘 어울렸다. 요즘처럼 무리한 다이어트로 만든 것이 아니라 타고난 몸이었다. 키 161㎝에 몸무게 47㎏으로 마르고 가냘펐던 만큼 평생 병치레를 했다. '마른 미인'의 전형이라고 할까.

1913년 오늘, 인도에서 태어난 그녀는 19세때 변호사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다. 영국에서 영화, 연극에 출연하다가 당대 최고의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올리비에가 할리우드로 진출하자, 그를 쫓아갔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캐스팅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후 둘은 결혼했으나 그녀의 약한 몸이 늘 문제였다. 조울증과 결핵을 앓던 그녀는 결국 올리비에에게 버림받고 고독과 만성 폐결핵으로 쓸쓸하게 죽었다. 허리 치수에 연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박병선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