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김차섭과 역대수상작가 초대전

다시 새겨보는 이인성 미술상의 의미

대구문화예술회관 / ~15.

이인성 미술상이 10주년을 맞았다. 때맞춰 그의 의미도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그의 재능과 탁월한 기량이 거둔 성취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지만 세속적인 성공과 급성장이 일제가 주도한 관전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것 때문에 그 점에 대한 철저한 성찰 없이 무조건적으로 예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성적 태도가 그를 보는 종래의 시각에 수반돼 있었다. 그러나 그 개인이 처했던 조건들을 감안할 때 그의 예술적 재능을 양성하는 모태로서 그 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과, 그리고 지금까지 거기에 더하여 순수한 예술적 열정을 덮을 만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은 기존의 제한적 자세마저도 퇴색시킨다.

그보다 일제 말기, 그 광기의 분위기에서조차 총독부 주관의 관전 최대의 시혜자로서 그의 행적에는 그저 소박한 향토애를 확인시켜 주는 에피소드들뿐이어서 어떤 사상적 동조도 그의 예술에서나 삶 속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보도록 촉구한다. 그는 비록 지식인의 선각자적인 역사의식에서는 아니라 할지라도 지극히 향토를 사랑한 소박한 단심이 보인다.

조선미전과 일본의 유수한 전람회의 수상작가였지만 꼬박꼬박 대구의 '향토회'전에 출품을 하고 있는 점에서 그의 애착과 순수한 충정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인성상은 이를 통해 그의 예술의 의미가 더욱 깊이 있게 반성되어야 하고 예술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철학과 관련해서 음미되고 성찰되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들을 환기시켜야 하겠다.

그동안 이 상을 수상한 역대 작가들의 초대전이 작년 수상자의 개인전과 함께 성대한 규모로 열리고 있다. 그 면면들을 보면 한국 현대 화단에서 주목받는 중요 인물들로서 상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역량들을 갖춘 대가들이다. 특히 작년 수상자인 김차섭은 동서양 문명의 차이와 자신의 주체성과 관계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 작가여서 주목을 끈다. 반복되는 모티프마다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서 어떤 논리적 합리성이나 사실의 검증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전개하는 관념의 궤적이 흥미롭다. 개념적인 성향이 짙은 작품의 전반적인 방향과 매우 사변적인 주제들이 처음엔 난해하게 다가오지만 다양한 형식의 조형적 취급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능숙한 표현에 곧 매력을 느끼게 된다. 주관적 표현과 사유의 내용들이 그의 소묘나 회화에서 독특한 개성을 구축하는 점이 큰 장점인 화가다.

미술평론가(ydk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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