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엣지!경제] "아직도 기억합니다"…대동은행의 성년식

20년전 개점 8년만에 퇴풀 20주년 맞아 홈커밍데이

꼭 20년 전인 1989년 11월 7일, 대구 중구 북성로 대구역 맞은편 대우빌딩 앞길. 강영훈 국무총리, 이계성 재무장관 등 당시로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흰 장갑을 끼고 집결(사진)했다. 대동은행이 문을 연 것이다.

대동은행은 직급 상향을 통한 고임금으로 이직을 유혹하며 대구은행을 비롯해 각 은행에서 많은 직원을 스카우트해 왔다. 2천여명의 대식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춘수 대구은행장도 당시 대동은행으로 오라는 권유를 강력하게 받고 몇날며칠을 고민했을 정도였다.

셋방살이를 하던 대동은행은 대구에서 가장 훌륭한 건물을 지어 대구은행을 꺾어버리겠다며 본점 건물도 대구은행 바로 남쪽편에다 버티고 서게 만들었다. 지금의 대구파이낸스센터 리더스클럽(대동타워)이다. 이 건물은 대구은행 본점 건물보다 훨씬 더 높게 지어졌다.

하지만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외환위기가 터졌고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은행권 부실 정리에 나섰다. 대동은행은 그 대상이 됐다.

외환위기 이후 지역의 굵직한 기업들이 쓰러진데다 수도권 업체에도 돈을 빌려준 대동은행은 엄청난 규모의 돈을 떼이면서 살아남을 수 없는 '부실 은행'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대동은행 노동조합은 '결사저지'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칼을 피해갈 수 없었다. 개점 10년도 안된 1998년 6월 29일, 결국 대동은행은 만 8세짜리 단명 은행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간판을 내렸다.

잊혀가던 대동은행. 그런데"망한 은행이지만 성년 생일상은 차려보자"는 목소리가 최근 동우회를 중심으로 나왔다.

몇몇 사람들이 뜻을 같이했고 20주년 생일날인 7일 오후 대구 문화웨딩(MBC네거리)에서 은행 퇴출 이후 처음으로 홈커밍데이를 연다.

동우회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는 이광수씨는 "친한 직원 몇몇이서 모이는 행사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전체 대동은행 식구들이 모이는 자리는 은행 퇴출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며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20년 전 개점 행사의 주인공인 권태학 초대 대동은행장도 참석할 것으로 동우회 사람들은 보고 있다.

동우회에 따르면 퇴출 이후 자살을 한 사람도 여럿 있는 등 안타까운 소식도 많았지만 최근엔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

특히 국민은행으로 고용승계가 이뤄진 대동은행 사람들은 활약이 대단하다. 국민은행 본점 부장으로 권헌주씨가 있고, 정상철 국민은행 경산기업금융지점장은 전국 1위의 실적을 내는 지점장이다.

또 박종진 고려신용정보 대표, 박윤환 드림FI 대표 등 CEO도 많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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