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드 결제도 척척…전통시장 발길 북적

대구 전통시장 상가들이 카드결제 서비스를 높여나가고 있다. 사진은 카드 단말기 설치율이 80%가 넘는 대구 성당시장.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전통시장 상가들이 카드결제 서비스를 높여나가고 있다. 사진은 카드 단말기 설치율이 80%가 넘는 대구 성당시장.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남구 대명4동에 사는 주부 김옥연(40)씨는 집 근처 대형소매점을 이용하지 않고 매주 두번씩 전통시장인 관문시장에 쇼핑하러 간다. 수산물과 건어물 등의 값이 대형소매점보다 싼데다 신용카드로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편리성 면에서 대형소매점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성당시장에서 고추와 참기름을 판매하는 상인 김태현(44)씨는 1년 전부터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했다. 고객들에게 결제 편의를 주고 매출도 올려보자는 이유에서다. 카드수수료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물건을 현금 결제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객들이 아직 잘 몰라 카드 결제 비율이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손님들의 발걸음이 최근 늘고 있다고 했다.

대다수 주부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전통시장에 가면 현금만 받고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그래서 주부들은 물건값이 싼 전통시장에 가지 않고 대형소매점으로 향하곤 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주부들의 행선지가 바뀌고 있다. 카드 결제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주부들은 전통시장에서 카드도 긁고 물건값도 흥정하는 쇼핑의 새로운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대구 전통시장들은 아케이드 설치 등 환경 개선사업과 발맞춰 고객 확보를 위해 상가마다 잇따라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고 있다. 전통시장 상가들은 3년 전만 해도 카드 단말기 설치를 한 곳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즘 상당수 시장들은 카드 단말기 설치비율이 80%를 웃돌고 있다. 대형소매점 못지않게 결제 서비스가 좋아진 것이다.

대구 남구 성당시장의 경우, 상가 130여곳 중 80% 이상이 카드 단말기를 갖췄다. 1년 전쯤에는 카드 사용 상가가 3, 4곳에 불과했지만 시장번영회 주도로 카드업체와 단말기 무상설치 일괄계약을 하면서 신용카드 가맹점이 크게 늘었다.

박성길(51) 시장번영회 회장은 "무엇보다 상인들의 협조가 중요했다. 카드로 결제해도 현금 지불과 가격차이가 없다. 내년 공영주차장 확장공사를 마무리하면 손님도 더 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등록 3년째인 대구 달서구 도원시장은 상가가 67개로 규모는 적은 편이지만 카드 단말기 설치율은 무려 98%나 된다. 상인들은 주변에 아파트 밀집지역을 끼고 있고 젊은층 고객이 많아 카드 결제가 필수라는 생각으로 발 빠르게 단말기를 설치했던 것.

박대환(51) 시장번영회 회장은 "번영회 차원의 캠페인도 벌였지만 상인들의 현실인식이 더 중요했다. 단말기 설치 후 매출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즐거워했다.

상가 수가 70여 곳인 수성구 신매시장은 10년 이상 장사해온 '나이 든' 상인들이 많지만 70% 이상 카드 단말기로 무장했다. 주변에 대형소매점 2곳이 들어서면서 상권 위축을 우려, 카드결제 서비스를 갖춘 것이다. 대형소매점 영향으로 매출이 줄긴 했지만 카드결제 서비스를 통해 매출 감소폭이 적다고 시장 상인들은 말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감삼동 서남신시장은 3년 전부터 신협과 자매결연을 하고 카드 단말기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은 상가 165곳 중 65% 이상이 단말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점포마다 '카드 환영'이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곳 현호종(43) 시장번영회 회장은 "카드업체와 협의, 수수료도 대폭 내려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아케이드 2차 공사가 완공되면 쇼핑이 한결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내 주요 전통시장의 카드 단말기 설치율을 집계해보면 서문시장 동산상가 98%, 남구 관문시장 52%, 달서구 와룡시장 65%, 서구 중리시장 56%, 달서구 월배시장 60%, 동구 효신시장 50%, 북구 대구청과시장 70%, 달서구 대곡시장 90% 등이다.

그러나 소규모 시장이나 환경개선 사업이 안 된 시장은 카드 단말기 보급률이 낮은 형편이다.

정연걸 대구시상인연합회 회장은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런데 전통시장도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아직 카드 단말기가 없는 시장은 꾸준한 교육을 통해 보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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