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를 소재로 한 '야고부'에서 대구엔 변변한 랜드마크 하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상복합아파트만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대구의 랜드마크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공감한다는 독자들의 얘기를 듣고 대구엔 어떤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할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처음엔 산과 강, 바다 같은 자연이었다가 건축물로 바뀌었다. 대구는 팔공산에서 C&우방타워, 서울은 한강에서 63빌딩, 부산은 해운대에서 광안대교로 각각 바뀐 것이다. 센강에서 에펠탑으로 바뀐 파리처럼 외국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랜드마크를 넘어 마인드마크(Mind Mark)란 말이 각광받고 있다. 빌딩이나 다리 같은 건축물이 주종을 이루는 랜드마크 대신 그 도시의 정체성과 정신을 표출할 수 있는 마인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21세기엔 랜드마크 아닌 마인드마크가 필요하다고 한 후 이 단어가 자주 회자하는 추세다.
대구에 마인드마크를 만든다면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뭘까? '대구다운' '대구만의' 마인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1순위가 아닐까 싶다. 이 잣대로 본다면 근래 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걱정스럽다. 걷기 좋은 길을 기껏 만들어 놓고 제주의 길 이름인 '올레'를 갖다 붙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대구를 오페라, 뮤지컬, 왈츠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대구의 올레는 제주 올레, 대구가 지향하는 오페라'뮤지컬'왈츠 도시는 밀라노와 뉴욕, 빈의 아류(亞流)일 뿐이다. 테디베어를 선보인다는 대구 테지움 시티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짝퉁 대구'를 만들자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들 중의 하나'(One of Them)가 되어서는 대구 마인드마크는 성공하기 힘들다. 대구만이 갖고 있는 역사와 소재, 아이디어, 콘텐츠를 토대로 남들과 다른 마인드마크를 만들어야만 시민들은 물론 대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마인드마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병철 전 삼성 회장 같은 대구와 인연을 맺은 인물을 테마로 하거나 국채보상운동처럼 대구만이 갖고 있는 정신운동을 기반으로 한 마인드마크를 만들 수 있다. 도시 브랜드 가치는 물론 시민 자긍심을 올리기 위해 대구에 어떤 마인드마크를 만들어야 할지 고심해야 할 때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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