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대·이양재 작품전, 6~22일 갤러리 청담

집을 통해본 인간의 삶과 기하학적 청화백자들…

김영대 작
김영대 작 '붉은 지붕들'
이양재 작
이양재 작 '청화백자 어문 화병'

소설을 한 장씩 넘기는 기대감, 시 구절 하나하나를 되씹는 즐거움. 그림에서 이런 기쁨을 맛 볼 수는 없을까? 작가 김영대는 바로 이런 그림을 선사한다. 그림의 가장자리 또는 가운데부터 잘근잘근 눈으로 씹어나가는 그 기분이란. 멀리서 한 눈에 그림을 담았을 때 뛰어난 조형성에 감탄하고, 가까이서 볼 때 세밀한 상상력에 다시 놀란다. 유럽의 한 고풍스런 도시의 주택가를 내려다본 그림들. 다닥다닥 맞닿은 지붕과 벽채는 외로움이 행여 비집고 들어올 새라 조금의 빈 틈도 보이지 않는다. 집들 사이에 골목 또는 광장처럼 남아있는 공간은 사람을 이어주는 섬이다. 관객은 어느 새 그 골목을 헤집고 다닌다. 하지만 정겨워 보이던 그 어귀, 인적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작가는 "집은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며 "가난한 도시의 달동네 집, 농촌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정서를 지닌 집, 부유한 한옥집, 공터 안에 파라솔과 나무장식 벽이 있는 유럽풍의 이국적 집 등 어떠한 형태의 집에도 인간의 삶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영남대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영대는 대구시 미술대전 대상, 이인성미술상 청년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도예가 이양재의 작품을 접하면 차분해진다. 도시의 번잡함과 인간 관계의 복잡함은 그의 청화백자 속에 마치 눈 녹듯 사라진다. 작가는 초기 물레작업에서 이뤄지는 즉흥성이 강하고 투박한 자연미에 관심이 많았지만 점차 자연에 대한 왜곡보다는 원과 원통에서 나오는 가장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에 매료된다. 거기에 작가만의 현대성이 돋보이는 문양을 가미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양재는 서울시립미술관 기획 밀레니엄 30대 작가로 선정됐으며, 여주세계도자기엑스포 및 국제도자워크숍 초대작가이다. 해외 엑스포 한국관 및 길이 90m 크기의 세종대왕 치적 기념 도벽(여주근린공원) 등 대규모 도판 설치 제작도 맡은 바 있다. 작가는 홍익대 및 대학원 도예과와 영국 스토크온트렌트대를 졸업했다. 서양화가 김영대와 도예가 이양재 전시회는 6~22일 아트갤러리 청담에서 열린다. 054)371-2111.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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