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해발 1천m가 넘는 고산준령. 된서리가 내리는 무렵 찬바람을 견디며 바위틈에서 꼿꼿이 피어있는 꽃을 만나면 가을이 더 반갑다. 가을날 인적이 드문 곳에서 만나는 꽃이라면 국화류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들녘에 외로이 피어난 꽃'은 흔히 우리가 보는 산국(山菊), 들국화를 지칭하기보다 구절초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구절초는 구월에 잘라서 말리면 약효가 더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약이름으로는 선모초(仙母草)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예부터 딸을 출가시킨 부모들은 가을이 되면 들녘 언덕에 피어나는 구절초를 꽃과 잎이 달린 채 잘라 엮어서 처마 끝 그늘에 매달아 말렸다. 구절초를 솥에 오랫동안 달이면 엿처럼 되는데 이것을 구절초고(九折草膏)라 하고 보혈강장의 으뜸으로 쳤다. 행여 시집간 딸이 친정에 오면 말린 구절초를 가마솥에 넣고 푹 고아서 그 즙액을 먹여서 보내는 것을 큰 선물로 여겼던 것이다.
구절초 잎은 깃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며 길이 2~3.5㎝로 앞면은 녹색이나 뒷면은 담녹색이며 털은 거의 없고 선점이 있다. 꽃은 9~10월에 피며 가지 끝에 지름 5~7㎝의 흰색 또는 연보라색 두화가 1개씩 달린다. 혀 모양의 꽃잎인 설상화로 가운데가 노란 통꽃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는 구절초, 백두산 고산지에 나는 바위구절초, 대관령 등 높은 산에 자라는 산구절초와 포천 지방에 나는 포천구절초, 그리고 관상용으로 심는 낙동구절초 등이 있다.
선모초라는 이름과 같이 달인 즙은 여인들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옛날에는 최고의 약으로 취급했다. 또 부인병(婦人病)에 효과가 있으며 건위, 보익, 신경통, 정혈, 식욕촉진, 중풍, 보온 등의 약재로 많이 쓴다.
김영곤 야생화연구가
감수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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