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를 기준금리로 삼아오던 주택담보대출 금리 체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부터 은행들의 평균 조달금리를 반영해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새로 선보인다는 것.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내년부터 다양한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상품들을 접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보다 이자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행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가 시중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실질 조달금리를 반영하는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최근 들어 저금리 상황이 지속됐지만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크게 내리지 않자 금융소비자들은 불만을 제기했고 금융위원회도 이 점을 인정했었다.
은행들은 CD금리가 조달금리보다 높을 때는 가산금리를 낮추고 CD금리가 조달금리보다 낮을 때는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는 것. CD가 은행권 전체 조달자금의 10~20%에 불과한데도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풀이해왔다.
금융위의 의뢰를 받은 금융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모두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검토를 마무리하고 이달 안에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결정구조가 적정한지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바스켓 방식의 금리 결정 구조'를 언급했다.
바스켓 방식은 정기예금, CD, 은행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상품의 금리를 가중 평균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는 것을 말한다.
현재 한국은행이 매달 금융권 전체 평균 조달금리를 계산해 발표하고 있지만 25일 안팎의 시차가 있다. 9월의 은행 평균 조달금리를 10월25일에 발표하는 식이다.
금융연구원은 시차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에 은행권 평균 조달금리 발표시기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
은행별로 각자 사정에 따라 평균 조달금리를 구해 기준금리로 삼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지만 금리 산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도 '개별 은행 바스켓'보다는 '은행 공동 바스켓'을 선호하고 있다.
은행들은 내년 초 바스켓 방식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CD 및 은행채 연동 대출상품도 계속 판매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이론적으로는 내년 1월 이후 신규 상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은 지금보다 이자를 더 낼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은행채 발행금리와 예금 수신금리가 현행 CD금리보다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자부담의 증감보다는 시중금리와 대출금리가 함께 움직여 고객이 내야 할 이자를 지금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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