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화목한 공동체가 건강 장수와 행복한 삶을 만든다

3대가 함께 살며 이웃 간 화목…美 로제타마을 주민 장수 비결

김병일(한국국학진흥원장)
김병일(한국국학진흥원장)

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원하며 행복한 삶을 원하지만 핵가족화 추세와 이기주의의 만연으로 인해 자식과의 소원한 관계, 이웃과의 냉담한 관계 등 사회의 무관심 속에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어르신들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최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글래드웰은 조화로운 인간관계의 모듬살이 문화가 한 개인의 행복한 건강 장수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임을 실증적 사례를 들어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19세기 말 이탈리아 로제타 출신의 농업 노동자들이 살 길을 찾아 이주해 와 2천여명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미국 최고의 장수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밝혀낸 로제타 마을 주민들의 장수 비결은 개개인의 식생활이나 유전인자도 아니요 물과 공기와 같은 자연환경도 아니었다. 그것은 뜻밖에도 3대가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면서 이웃 간에 정을 나누는 모듬살이의 공동체 문화였던 것이다.

이는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었다. 비록 가난했지만 옛날 우리들은 동족 부락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가정과 마을 어디서나 효도와 우애가 넘치고 서로를 위하며 웃어른을 공경하는 따듯한 공동체 문화의 품 속에서 살았다.

가정에서는 돌이 지나면 할머니의 보살핌과 가르침 속에 옷 입고 수저 사용하는 방법 등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배웠고, 맛있는 음식을 내 입으로 먼저 가져가기보다 남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실천해야 한다고 배웠다. 또 사내 아이의 경우 6, 7세가 되면 할아버지로부터 물 뿌려 마당 쓸고 어른들께 인사하며 맞이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난 다음 천자문으로 시작하는 지식 공부로 들어갔다. 지식 교육도 인격을 함양하는 공부(爲己之學)가 우선이었고, 그 다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공부(爲人之學)를 배웠다.

그 시절이 그립지만 이제 우리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 간의 유대와 배려가 있는 공동체 문화와 정신을 오늘에 잇고 되살려 가는 것은 아직도 가능한 일이다. 먼저 나 자신부터 일이나 공부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살아가더라도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으며, 직장과 가정에서는 솔선수범하는 생활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이웃과는 내가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함으로써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몸으로 가르침을 주고, 직장과 지역 공동체에서는 아랫사람을 사람답게 살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

이처럼, 사회를 행복한 공동체로 만드는 데는 개인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가정과 학교에서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를 가르치고 가꾸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가정과 학교가 줄 수 없는 부분은 사회교육과 실천을 통해서 제공해야 한다.

전통적 가족과 공동체 생활이 가장 두드러지게 남아있는 안동에서는 3대가 화목하게 모듬살이를 하며 건강장수를 누리고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는 어른들을 유난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퇴계 종택에 가면 10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건강한 몸으로 수많은 내방객들과 인사를 주고받으시는 종손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돌아가신 분들 중에서도 학봉 종손과 농암 종손은 91세의 천수를 누렸고 재령이씨 영해파 종손 역시 99세의 건강한 장수를 누렸다.

안동 지역 종손들의 장수와 행복한 삶의 비결이 바로 말콤 글래드웰이 로제타 마을에서 찾은 그것이다. 이분들은 옛 선비들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자신의 덕을 닦아 원만한 인격을 갖추는 한편 부모 자식 간에 효도와 자애로움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문중과 지역에서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데 노력했다.

따라서 우리는 화목한 공동체 회복의 비결을 멀리 혹은 밖으로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 바로 우리의 선인들인 선비들의 정신과 삶이 그러했고, 그러한 길을 따라간 분들이 우리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이 분들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선비의 길을 따라 소아적 이해타산과 이기심을 넘어서서 남을 배려하는 실천을 통해 가정과 사회를 화목한 공동체로 만들어 갈 때, 모두가 건강하고 장수하면서 진정 행복한 삶을 누리고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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