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운동장에서 건강을 꿈꾼다.'
비가 오면 물이 차고, 마른 날이면 먼지가 풀풀 날리던 학교 운동장이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맨땅에 잔디가 깔리고, 가장자리에는 야간 조명과 우레탄 트랙이 만들어지고 있다. 학교 운동장의 이런 시도가 학생들의 체력 증진과 이웃 주민들의 체육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관절 무리없는 우레탄 트랙에서 뛴다
대구 수성구 고산초등학교. 누런 흙으로 덮였던 운동장을 파릇파릇한 인조잔디로 바꾸고, 주변에 우레탄 트랙을 깐 지 2년. 이곳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5일 오후 찾은 이곳엔 10여명의 운동복 차림 중년들이 걷고 뛰기에 한창이었다. 박재희(42'여)씨는 "우레탄 트랙에서는 울퉁불퉁 노면이 고르지 못한 인도를 걸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라며 "마치 시합에 나온 육상선수들처럼 들떠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비가 오면 물이 마를 때까지 며칠씩 기다려야 했던 흙 운동장과 달리 배수가 잘 돼 언제든 찾을 수 있다는 게 반갑다. 노진환(56)씨는 "비가 오면 며칠씩 쉬어야 하고, 흙길을 달리다 보면 운동복 하의에 먼지가 묻는다"며 "신발도 금방 더러워지는 데다 빨리 닳았지만 우레탄 트랙은 깔끔하게 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운동장 환경개선 이후 이곳에서는 주말과 휴일이면 청소년, 대학생, 동호회의 축구 시합이 열리고 있다. 우레탄 트랙에는 건강을 챙기려는 주민들로 늘 북적인다. 주민들은 "집에서 편하게 찾을 수 있어 학교 운동장만한 주민생활체육 공간도 없다"며 "덕분에 매일 나와서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웰빙 열풍에 생활체육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맘껏 운동할 공간을 찾기 어려운 도심에서 학교 운동장은 시민들의 욕구를 채워줄 가장 손쉽고도 확실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 잔디설치 55곳, 우레탄 트랙 70곳
많은 사람들이 운동장에 나가는 목적은 건강 때문이다. 실제 국민들의 생활체육활동 참여율은 늘어나고 있고, 이런 체육활동을 통해 행복을 찾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조사한 국민생활체육활동 참여 실태조사 결과 참여율은 34.2%로 1986년 19.4%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 중 일주일에 2, 3회 이상 참여 빈도는 73.1%에 이른다. 무엇보다 규칙적 생활체육활동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81.7%, 체육활동 참여자의 행복지수는 비참여자 67.53점보다 3.66점이 높은 71.19점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2006년 조사 때 헬스클럽(39.3%) 등산로(10%) 공원(8.3%) 다음이던 학교 운동장(5.6%)의 체육시설 활용도가 지난해에는 학교 운동장(23%) 공원(16.3%) 헬스클럽(11.3%) 등산로(8.4%)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참여 종목 역시 운동장에서 흔히 할 수 있는 걷기(30%)가 헬스(14.4%) 등산(13.6%)보다 높았다.
정부도 점차 늘어나는 스포츠 인구와 생활체육 활성화에 초점을 둔 학교 운동장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443개교에 인조잔디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문화부와 함께 올해부터 2012년까지 인조잔디사업에 포함되지 않는 557개교를 대상으로 천연잔디, 인조잔디, 우레탄 다목적구장 등 학교가 희망하는 모델로 시설 개선을 돕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교육청, 지자체 등에서 지원하는 운동장 개선사업도 많다.
대구에서는 모두 55개교에 천연잔디(11개교)나 인조잔디(44개교)가 깔렸거나 연말까지 설치가 마무리된다. 농구, 테니스, 배구, 배드민턴, 우레탄 트랙을 만든 학교도 지난해까지 70개교에 이른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친환경적이고 이용자 중심으로 다양한 학교 운동장 개선사업이 펼쳐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체육활동공간뿐만 아니라 주민 스포츠센터로도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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