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입니다. 전화 울리는 간격도 점점 길어집니다. 요즘엔 돈 넣겠다는 고객은 거의 없고 잃은 돈 내놓으라며 소리지르는 사람밖에 없습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대구의 증권사 지점 사람들은 파리를 쫓고 있다. 증시가 한 달 넘게 맥을 못추면서 다시 침울 모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경기를 6개월가량 선행한다는 주식시장이 냉랭해지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손님이 사라졌어요
올봄만해도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열기가 느껴졌었다. 너도나도 직접 투자로 달려들면서 4월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0조3천68억원으로 전달(5조8천317억원)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다. 개미들의 월별 거래 비중도 68%로 늘어났다.
하지만 9월 말 1,700선을 넘어선 이후 증시가 고꾸라지기 시작하면서 개미들은 돈을 슬그머니 감추고 있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거래 비중도 54%로 14%p나 줄었다.
이달 들어 6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조8천389억원이었다. 금융위기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올 1, 2월에도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5조원대였다.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개미들은 주가가 폭락할 때 잠시 펀드 가입을 늘리기도 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펀드 시장을 외면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더 많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국내 주식형펀드 판매잔액은 9월 128조8천349억원으로 올 1월(136조6천853억원)보다 7조8천5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펀드에서 이탈한 돈은 '안전빵'으로 불리는 은행 금고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를 보면 저축성예금은 9월 중 11조3천억원, 10월 중 9조7천억원 정도 늘어났다.
◆우리 주식시장은 청개구리?
우리 기업들의 양호한 3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증시와 해외 증시 사이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들어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계속된 반면, 우리 증시의 흐름은 지지부진한 것.
최근 한 달여 동안 코스피지수는 무려 6% 이상 조정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3.2%, 중국은 무려 13.84% 상승했다.
하이투자증권 리테일3본부 김선욱 상무는 "해외지표 호전에도 불구,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이유로는 향후 기업이익의 둔화, 출구전략과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감,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연말소비 시즌은 주가에 도움을 주지만 올해는 그런 특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예년에 비해 아주 낮은 소매판매 실적이 예상되고 있는 것.
하이투자증권 정종익 애널리스트는 "최근 우리 증시흐름을 부진하게 이끈 환율하락, 출구전략 등 여러 요인들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정 장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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