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재경의 파워브리핑] <5>서울대 입시 변화 내용과 의미

올 정시 수능 20% 반영, 당락 영향력은 그 이상

서울대가 최근 2010학년도와 2011학년도 이후 대입제도와 관련해 중요한 발표를 했다. 2010학년도의 경우 정시모집 2단계에서 수능 점수를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공식을 내놓았고, 2011학년도 이후에는 입학사정관제를 얼마나 확대하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세부 내용을 제시했다. 서울대 입시의 변화는 상위권 대학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에는 전체 입시 판도에 변화를 가져오므로 고교생은 물론 중학생들도 자신의 성적대에 관계없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10학년도 정시 수능 반영

▷수능 반영 원칙=서울대는 수능시험을 모집단위별로 다르게 반영한다. 수리 반영 여부와 반영 비율, 제2외국어/한문 반영 여부 등에 차이가 난다. 평가방법도 영역별로 다르다. 언어와 외국어는 수능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지만 수리영역은 모집단위별로 성적표 표준점수에 1/2~5/4까지 곱하며,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은 백분위를 활용해 자체 산출한다. 서울대가 자체 환산한 표준점수 총점은 800~900점 만점으로 수능 성적표에 나타난 표준점수보다 더 높다.

▷2단계 반영 방법의 내용=2010학년도 정시모집이 전년도와 달리 인문·자연계열과 사범대 전형 2단계에 수능 점수를 20% 반영한다는 것은 이미 공표된 사실이다. 이번에 나온 건 반영 공식이다. 같은 모집단위 내에서 1단계 합격자의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가 15점 이상인 경우와 미만인 경우 2가지로 구분돼 있다.

먼저 15점 이상일 경우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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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모집단위 내에서 최저점을 받은 수험생은 5점이 되고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은 20점이 된다.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이 아무리 최저점에 비해 높아도 차이는 15점이다. 2단계 전형에 수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가 15점 미만일 경우 공식은 '(지원자 점수-최저점)+5'로 단순하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반영되는 점수가 서울대 자체 환산 표준점수라는 점이다. 수험생의 수능 성적표에 나타난 점수와 차이가 난다.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이 지난해 수험생들의 자료를 대입해 계산해본 결과 수능 성적표 점수 편차가 10점인 경우 최고점과 최저점의 실제 반영 차이는 11.17점 정도가 되고 편차가 5점인 경우 5.59점 정도로 더 늘어난다. 같은 모집단위에 수능 점수가 비슷한 수험생이 몰려 편차가 적을 경우 이를 벌려 영향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반영 방법의 의미=서울대는 1단계 전형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모집인원의 2배수 또는 3배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모집인원이 많을 경우 최고점과 최저점의 편차가 대개 10점 이상이다. 반영 비율이 40%인 내신성적(학생부 교과)에서 5점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수능은 반영 비율이 20%라고 해도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졌다. 특목고생 우대를 위한 제도 변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수험생들의 지원 전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까지 수능 성적이 다소 낮아도 1단계만 통과하면 수능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내신성적이 좋은 수험생이 유리했다. 게다가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논술고사가 당락을 뒤집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모집인원이 일정 수를 넘으면 수능 성적에서 1.5배수 이내 정도에 들어야 내신과 논술로 합격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신이 좋다고 1단계 통과만 기대하고 지원했다가는 불합격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반대로 수능 성적이 아주 좋고 논술고사에 자신 있다면 내신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과감하게 지원할 여지가 생겼다.

모집인원이 적어 최고점과 최저점 편차가 작을 가능성이 큰 모집단위의 경우 내신의 영향력이 크므로 또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 논술고사는 마지막 단계에 반영되는 데다 반영 비율이 30%나 되기 때문에 올해도 당락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11학년도 이후 입시안

현재 고교 2학년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1학년도 서울대 입학전형은 수시와 정시로 나눈 기본 틀에는 변함이 없다. 수시모집 중 특기자전형과 정시모집에도 큰 변화는 없다.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정원 내인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원 외 기회균형선발전형의 선발 인원을 확대하고 군 지역에 대한 지역할당제를 실시하는 점이 바뀌었다.

▷입학사정관제 확대 이유=서울대가 2011학년도에 입학사정관제를 전체 정원의 24%를 차지하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 도입하기로 한 것은 내신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지역균형은 1단계에서 내신으로 1.5배수를 뽑아 2단계에서 내신 80, 서류평가 10, 면접구술 10(사범대는 면접구술 6, 적·인성검사 4) 등으로 선발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면 최종 합격시킨다.

그런데 지역균형 합격생들의 내신이 높아도 너무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서울대 분석에 따르면 2009학년도 지역균형 합격생들의 내신 평균 점수는 80점 만점에 인문 79.21점, 자연 78.64점이었다. 평균 등급으로 환산하면 각각 1.08등급과 1.14등급에 해당한다. 서울대가 일반교과는 물론 예·체능 교과도 감점 방식으로 반영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등급을 받기는 대단히 어렵다. 고교별로 지역균형 지원자를 3명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일부 고교에서 2학년 때까지 내신이 좋은 학생들에게 3학년 때 내신 몰아주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여기서 나온다.

▷시행 방법=2011학년도 지역균형은 학교별로 3명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되 1단계 내신으로 2배수를 선발한다. 종전 1.5배수에서 2배수로 늘린 데도 내신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 2단계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특징인 서류와 면접이 실시된다. 내신 합격선이 다소 낮아지는 대신 서류평가와 면접고사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교 1학년생들도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점을 감안해 2012학년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전형을 한다.

하지만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는 입학사정관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2013학년도부터 1단계와 2단계를 통합해 교과, 학업능력과 의지, 발전 가능성 등을 입학사정관이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3월 이전에 공지된다.

▷기회균형선발전형=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이나 농어촌 지역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으로 2009학년도 118명에서 2010학년도 140명으로 늘었고 2011학년도에는 190명으로 늘어난다. 군 지역 할당을 실시해 전국 86개 군 모두에서 최소 1명을 선발한다. 지난해 38개 군에서는 서울대 합격생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지원자가 없는 경우 △지원자가 특정 모집단위로 집중되는 경우 △학생의 학업능력, 적성, 소양이 지원한 모집단위에서 수학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합격생을 낼 수 있게 됐다. 학생과 부모가 농어촌지역에서 고교 3년간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은 초·중·고 기간 중 3년 거주로 완화했다.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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