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황금기

오랜만에 올려다본 하늘, 보름달이 유난히 친근하게 다가왔다. 수성유원지를 지나가다 달빛에 비친 은행잎이 너무 고와서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은 방 쓰던 친구가 신종플루로 확진돼 집에 가고 그 방 친구들은 격리 조치돼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산중의 학교라 날마다 피톤치드로 삼림욕을 한다고 자랑하며 좋아하더니 이제 더 깊은 숲 속으로 거처를 옮겼단다. 마음 편하게 먹고 평소대로 생활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해주었더니 엄마가 그런 말을 해줄 줄 알았단다.

내심 '그렇지. 우리는 어떠한 일에 맞닥뜨렸을 때 다른 사람이나 환경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스스로의 운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되뇌어 봤다. 아이들의 인생에 중요하다고 하는 시험들도 바싹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아빠들도 새벽기도를 다니고 엄마들도 갓바위에 올라 언 새벽에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아이의 합격을 기원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열망하던 대학에 당당히 합격하여 앞으로의 꿈을 잘 펼쳐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이 세상의 모든 신들께 모두의 꿈이 다 잘 이루어져 행복하게 해달라'고 나도 함께 거들어 본다.

'타임'지가 정한 20세기 성공한 사람의 기준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였다고 한다. 하지만 21세기 성공한 사람의 기준은 '내 맘에 드는 나'라고 한다. 그러니 성공의 척도가 다른 사람의 시각보다 스스로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성공과 더불어 스스로 느끼는 행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나, 당당한 나 자신이면 되는 것이다. 만족하든 안 하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일 것이지만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순간순간 영원히 살 것처럼 일하는 것 같다. 법구경에도 마음이 평안하고 안정되면 본마음이라고 한다. 항상 본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에 미친 듯이 매달리다 보면 어느덧 성공은 우리 앞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는 '정말 내가 이 일을 간절히 원하는가, 하고 싶어서 하는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묵묵히 참으며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원하는 행복은 바로 가까이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사소한 성과나 실패에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평생을 열정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바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선택할 일이 많아 고민하는 우리 아이들. 지금 그 혼돈의 시기가 어쩌면 인생의 황금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마음먹고 매진하기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과 결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적재적수(알맞은 곳에 알맞은 나무). 심지어 나무들도 알맞은 토양과 기후 환경에서 잘 성장한다고 한다. 제 아무리 아름드리 아름다운 거목이 될 금강소나무의 묘목이라고 하더라도 주위 환경에 따라 그대로 자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고 한다. 환경이 완전 딴판인 척박한 토양에서는 자라지조차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도 자기의 적성과 소질에 가장 적당한 곳을 찾아 잘 뿌리내려 힘차게 커나가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소망해 본다.

정명희 (민족사관고 2년 송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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