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성공적인 대회개최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낙후된 한국육상의 수준을 향상시키며 대구의 브랜드가치와 이미지를 제고시킬 것이라는 당초의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지금까지의 준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공적인 대회개최와 관련해 기대하고 있는 여러 가지 측면들이 있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최국에 걸맞은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은 가장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 2011년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가늠하는 예비적 성격을 띠고 치러진 2009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의 결과를 놓고 지역 언론에서는 성공이라는 보도를 냈다. 반면, 모 중앙지에서는 실패라는 결론을 내렸다. 2009년 대회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2011 대구세계선수권대회가 성공해야 할 것은 자명하다. 2009년 대회의 경우, 경기 당일 과연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의심이 간다. 필자의 경우도 대회중계를 보지 않았다. 필자가 그날 저녁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낸 10여명의 지인 중 3명은 체육을 전공하는 사람들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운데서도 육상선수권대회는 물론 육상에 대해서조차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무엇이 우리들로 하여금 대구시민인데도 불구하고, 아울러 2009년 대회가 열리고 있는 그 시간에조차도 육상을 전혀 대화에 올리지 않게 한 것일까? 지금까지는 대회성공의 가장 중요한 잣대라 할 수 있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 모두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그 중에서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는 성공의 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게다가 경기력의 문제는 육상전문가들의 과제이자 우려의 대상이지 필자가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여기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알뛰세의 '이데올로기의 자기실천 이론'에 따르면 어느 사회에서든 지배집단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찰이나 군대와 같은 억압적 국가기구나 매스컴과 같은 이념적 국가기구를 이용한다. 그 중 민주국가에서는 주로 이념적 국가기구에 해당하는 다양한 매스컴을 통해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를 실천한다. 그 과정으로 사람들의 내재된 가치체계를 일깨워 사건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호명(呼名)을 거쳐서 결국은 원하는 이데올로기에 따라 행동하게 한다. 물론 여기에서도 호명이 가장 중요하다. 호명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는 사건 밖에 있는 대부분의 시민들을 어떻게 사건 안으로 끌어들이느냐의 문제이다.
지금 주최세력은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지만 실로 대부분의 시민들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는 사건의 범위 밖에 머물고 있다. 그러기에 대중매체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들이 지니고 있는 내재된 가치관을 일깨워 줌으로써 그들이 사건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월드컵축구나 월드베이스볼의 경우 그 자체가 인기스포츠였을 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 또한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기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시민들을 사건의 범위 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육상의 경우 상황이 판이하다. 인기나 경기력 어느 쪽에서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인기나 경기력은 상호 관련성이 깊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받쳐 준다면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호명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일상대화 중에서 안줏거리에 해당하는 육상관련 스토리의 개발이 필요하다. 단지 TV 자막이나 길거리 현수막과 같은 홍보수단을 통한 호명방식만으로는 미흡하다. 최근 '우생순' 이나 '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같은 영화들은 모두 비인기종목의 스포츠를 대상으로 하였지만 흥행작으로서 대중들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해당 스포츠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도 일조하였다.
효과적인 호명을 생각한다면 즐겁고 재미있는 대중의 스토리를 개발해야 한다. 육상 관련 스토리가 부재한 현실에서 영화, 드라마, 뮤지컬, 심지어 e-Sports나 만화까지도 그 대상으로서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다양한 육상체험학습 프로그램의 개발도 유용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시민들이 사건의 범위 안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빠져나가지 않게 봉합해 그들이 사건의 범위 안에 머물러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시민들은 사건 자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며, 아울러 주최세력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행동하게 될 것이다.
임수원 경북대 교수 체육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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