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골퍼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대구 출신 프로골퍼 6인방이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한국 남자 프로 골프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배상문, 김대현, 류현우, 이태규, 한성만, 김도훈 등 6명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이달 초 시즌을 접은 2009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15개 대회 중 5개 대회를 휩쓸며 KPGA를 '대구 천하'로 만들었다.
그 선두에는 배상문이 서 있다. 2004년 KPGA에 발을 들여놓은 배상문은 올해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GS칼텍스 매경오픈 등 국내 메이저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하며 KPGA 최고 골퍼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배상문은 2년 연속 상금왕, 공동 다승왕에다 발렌타인 대상, 최저 타수왕까지 4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배상문은 대구에서 태어나 8세 때 골프에 입문한 뒤 2002년 대구시장배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기도 했다. 배상문은 요즘도 골프 스승인 정대길 프로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대구를 찾는다.
장타자 김대현(21·하이트맥주)도 혜성같이 등장한 대구 출신 골퍼. 2006년 KPGA에 입회한 김대현은 9월에 열린 한중투어 2009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하며 급부상했다. 신한동해오픈과 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도 준우승하며 가능성을 보였는데 특히 드라이버 거리가 300야드가 넘는 장타력이 돋보인다. 2007·2008년 2년 연속 '장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체력 훈련 중 야구선수 이승엽을 알게 돼 체중 이동 등 기술적인 부분을 배워 장타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
지난달 양용은 등이 참가한 신한동해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류현우(28·테일러메이드)도 올해 KPGA의 최고 스타 중 한 명. 2002년 KPGA에 입문, 올해 상금 랭킹 6위에 오른 류현우는 에머슨퍼시픽오픈 및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 3위,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 공동 5위 등 상승세를 이어가다 신한동해오픈에서 마침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대구에서 자란 류현우는 중학생시절 골프를 시작했지만 외환 위기 때 부친의 사업이 힘들어지는 등 역경을 겪었다.
대구에서 중학생 시절 하키를 하다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이태규(36·슈페리어)도 4월 열린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1차 대회에서 일찌감치 첫 우승을 거머쥐며 대구 프로골퍼의 명성을 떨쳤다.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김도훈(20·넥슨)도 꾸준히 '톱10'에 들면서 상금 랭킹 21위에 오르며 올해 신인상을 확정했고, 한성만(35·팬텀)도 동부화재 프로미배 군산C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4강에 진출하는 등 꾸준한 활약으로 '대구 프로골퍼 전성시대'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대구 프로골퍼들이 KPGA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강도 높은 연습을 통한 개인적인 기량 향상과 함께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구경북프로골프협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먼데이 투어'를 운영, 대구경북 프로 60여명이 매주 월요일마다 시합을 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게 지역 무명 선수들의 선전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 전영태 대구경북프로골프협회장은 "지역 골퍼들의 선전은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은 물론 이들에게 훈련과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한 대구CC 등 협회 협약 골프장, 지역 골프인들의 강한 결속력 등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며 "자체 대회에서 이들 선수를 능가하는 기량을 보이는 선수도 적잖아 내년엔 KPGA에서 활약하는 지역 선수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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