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땅속에서 비금속이 극히 느린 속도로 성장해 금이 된다고 믿었다. 프란츠 타우젠트라는 독일인은 이런 무지를 이용해 멋지게 사기를 쳤다. 그는 자연에서 몇십만 년이나 걸리는 금으로의 '변성'을 단 몇 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거짓말로 1차 대전 때 독일군 참모차장으로 당시 실력자였던 루덴도르프 장군의 관심을 사는 데 성공한다. 이후 50차례에 걸친 검증 실험에서 타우젠트는 그때마다 소량이나마 금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루덴도르프의 주도로 타우젠트의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회사가 설립됐고 그는 돈방석에 앉았다. 그의 거짓말은 4년 만에 들통이 났다. 1929년 사기 혐의로 체포된 뒤 재연된 실험에서는 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뉴턴 같은 위대한 과학자도 연금술에 빠지게 했다. 뉴턴은 1660년대 중반부터 30년간 연금술 연구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연금술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2천500쪽가량의 연구 기록도 남겼다. 트리니티 대학에 용광로를 만들어놓고 금을 만들려고 했다.
금은 우주에서 왔다. 엄청난 밀도의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가 발생하고 이 에너지가 원자핵을 변형시키면서 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중성자별의 충돌은 우주적으로도 드문 현상이다. 10만 년에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금이 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위기와 달러화 약세로 투자 수요가 금으로 몰리면서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금값이 온스당 2천 달러까지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채굴된 금의 총량은 12만5천t이며 추가 채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된 매장량은 7만5천t 정도이다. 현재 연간 생산량은 2천500t 전후이므로 단순계산으로 앞으로 30년 후에는 금이 고갈된다. 물론 확인 매장량은 더 늘어나겠지만 매장 지역이 대부분 해저라는 점이 문제다. 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30년 안에 해저 광맥의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채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그럴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한다.('황금', 도시마 이쓰오) 결국 금을 대체할 안전자산이 없다면 추세적으로 금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과연 금값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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