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료단지 다 망칠까 걱정되는 경기도 바이오밸리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실패한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유사한 성격의 바이오밸리를 조성한다고 한다. 2012년 말까지 5천700억 원을 들여 화성시에 바이오밸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구 신서'충북 오송에 국책사업으로 의료단지 조성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바이오밸리를 만들겠다고 나서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바이오밸리가 또 하나의 의료단지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바이오밸리에 화장품, 식품, 화학, 기타 첨단 업종 기업과 함께 제약 및 의료기기 관련 업체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신서'오송이 공을 들이는 제약'의료기기 업체 유치전에 같이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전국 제약 업체의 41.1%, 의료기기 업체의 42.5%를 갖고 있는 이점에 수도권이란 강점까지 더해진다면 신서'오송에 올 기업들이 경기도 바이오밸리로 갈 가능성이 크다. 벌써 제약 업계에선 바이오밸리 분양가가 업체들의 요구를 충족하면 신서'오송보다 바이오밸리에 입주할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이렇게 되면 신서'오송은 빈 껍데기 의료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

공정 경쟁으로 이뤄진 의료단지 선정에서 떨어진 경기도가 의료단지와 성격이 같은 바이오밸리를 만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당을 뛰쳐나가 선거판에 뛰어든 정치인 꼴이다. 지방이 목숨 걸고 하는 의료단지에 수도권인 경기도가 뛰어드는 것은 아흔아홉 개를 가진 자가 하나를 더 갖겠다는 짓거리에 다름없다. 20~30년에 걸쳐 나라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의료단지다. 그런 사업을 국가 프로젝트로 두 곳에 만드는 와중에 경기도가 별도 의료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역량 분산으로 모두 실패할 우려가 크다. 막대한 돈과 인력만 축내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게 뻔한 경기도의 바이오밸리 조성 계획은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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