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의 대학과 책]별난 전쟁, 특별한 작전

전쟁은 음모와 상상이 만든 필요악

조지프 커민스 저/ 채인택 옮김, (플래닛 미디어, 2009)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덫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국내 경기침체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 종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체면이고 뭐고 가리지 않을 모양입니다. 북핵 문제만으로도 벅찬 한국에 파병까지 요청하였습니다. 한미동맹 관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파병은 하지만 가슴 아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자식을 전쟁터로 보내야 한다는 현실은 아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전쟁이든 전쟁은 악(惡)입니다.

그러나 인간 역사를 보면 한 순간도 전쟁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작게는 며칠 만에 끝나는 국지적 단기전에서부터 크게는 몇 년씩 지속되는 세계대전까지 그 유형과 종류도 다양합니다. 전쟁의 양상도 각양각색입니다. 전술도 기상천외합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동원되고 계산할 수 없는 경우의 수들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납니다. 기술 수준에 따라 전투의 양상도 끊임없이 변천되고 다양화되었습니다. 어쩌면 전쟁은 인간 역사가 만들어 낸 가장 종합적이고 수준 높은 예술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숨은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태평양전쟁 당시의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일본군 철수 함대가 키스카 섬에 접근하던 1943년 7월 26일 오전 1시 무렵, 이 섬 침공 작전을 앞두고 맹렬한 포격을 한 뒤 돌아가던 미군 순양함과 구축함은 레이더 스크린에 7개의 점을 동시에 발견합니다. 이 점들은 25㎞ 떨어진 곳에서 감지되었으며, 키스카 섬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미군은 이를 일본군 증원 병력으로 추정하고 레이더 스크린에서 최후의 한 점이 사라질 때까지 맹렬한 포격을 퍼부었습니다. 포격은 밤하늘을 온통 뒤덮었습니다. 포격이 끝난 뒤 미군은 잔해를 수색하기 위해 함재기를 띄웠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에도 수색을 벌였지만 아무런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미군은 이 사건을 '점들의 전투'로 규정하고 레이더 고장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1000마일 전투』의 저자인 브라이언 가필드가 그 해답을 풀었습니다. 미군이 집중 포격을 퍼부은 것은 이동 중인 철새 떼들이었고, 포격 후 레이더에서 점들이 사라진 것은 새 떼가 먹이를 발견하고 수면 가까이로 하강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조지프 커민스(Joseph Cummins)의 『별난 전쟁, 특별한 작전』(플래닛 미디어, 2009)은 이러한 전쟁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고대 공성전에서 냉전시대 정보전까지 전략의 달인들의 명품 전술을 조목조목 정리하였습니다. 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도 재미있습니다. 전쟁을 상상하고, 음모를 꾸미고, 정교하게 다듬어 탄생한 인간의 발명품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내용 중에는 생물학 무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기원전 16세기에 아시리아인은 독버섯이 생산하는 LSD와 같은 환각 물질을 써서 적의 식수에 독을 풀었다고 합니다. 기원전 600년에 아테네의 솔론은 크리사 마을의 식수에 다량을 섭취할 경우 설사를 유발하는 헬레보어(hellebore)라는 허브를 넣었다고 합니다. 12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는 반란을 일으켰던 이탈리아 토르토나시의 우물을 오염시켰습니다. 1495년 스페인 사람들은 레드 와인에 한센병 환자의 피를 섞은 뒤 적국인 프랑스에 수출하였습니다. 1763년 영국군은 천연두 바이러스에 오염된 담요를 인디언에게 보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군이 탄저균에 오염된 가축을 실어 미국과 프랑스로 보냈고, 러시아군에게도 페스트균을 퍼뜨리려고 시도하였다고 합니다. 16세기 초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침공을 도운 것도 천연두였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인간 전쟁에 애꿎은 다른 생물들만 고생시킨 꼴이 되었습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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