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처용의 아내'임을 자처하는 정숙 시인이 시집 '바람다비제(祭)'를 출간했다. 여기서 '바람'은 세상을 살면서 마주치기 마련인 모든 웃음과 울음, 슬픔과 기쁨, 지루함과 유쾌함을 일컫는다. 그러니 '바람'에 대한 이야기는 '세상살이'에 관한 이야기에 해당한다.
시인은 IMF 이후 고단한 삶에 직면한 사람들에 대해 노래한다. 시인의 눈에 모든 고단함은 인간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조약돌 같은 것이다. 사람에게 고통은 달빛 아래 반짝이는 조약돌 같은 것이고, 그 조약돌을 따라 걷다 보면 깨달음의 세계, 평온의 세계에 닿을 것이라는 희망가인 셈이다.
정숙 시인은 30여년 4대가 한집에서 살았다. 층층시하 어른들 모시고 아이들 키웠으니 참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스스로 '시집살이를 통해 시인이 됐다'고 말할 정도로 그녀에게 시집살이는 고단함이자 자양이었다.
"나는 착한 며느리, 완벽한 어머니, 좋은 아내가 되고 싶었어요. 그때까지 해왔던 공부를 옆으로 밀쳐놓고 시어른, 시댁, 남편, 자식을 잘 모시고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요.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아마 그렇게 지내는 30년 동안의 체험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을 거예요."
정숙 시인에게 시는 '인생상담' 이고 '인생푸념'이다. 고단한 삶은 시를 담금질하고, 시는 삶을 위로한다는 말이었다.
이번 시집 '바람다비제(祭)'에 실린 시들은 모두 짧다. 요즘 산문형식의 시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한편 예스럽고, 한편 시의 원래적인 형태인 상징과 함축에 다가서 있는 듯하다. 정숙 시인은 16일 '문학의 집 '서울' 산림 문학관에서 열리는 '김후란 시인의 밤' 행사에서 '님' 시인상의 우수상을 수상한다. 104쪽, 8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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