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소리 주인공]대구MBC라디오 교통방송 김보현씨

청량제 같은 목소리, 나른한 오후 기분 업↑

"오칠교통정보입니다. 신남네거리 일대는 여전히 교통정체입니다. 신천대로는 그런대로 어렵지 않습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김천분기점 못미친 지점 사고처리 중입니다."

하루 중 몸과 마음이 가장 늘어지는 낮 시간 대구MBC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으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목소리다. 사람들의 기분을 '업'시켜주는 청량제 같은 목소리의 소유자는 바로 김보현(33)씨다.

1999년 대학 졸업 후 교통정보 리포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녀는 오랫동안 오전(6시 57분~10시 57분)에 방송을 하다 1년전부터 낮 시간(오전 11시 57분~오후 3시 57분) 교통방송을 책임지고 있다. 교통정보 리포터로 활동한 지 벌써 10년. 교통 정보에 대해서는 돗자리를 깔아도 될 정도가 됐다. 사고 위치, 사고 개요만 들어도 도로 상황이 어떤지, 정체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려진다고 한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고생도 많았다. 대학 방송반 활동을 통해 방송의 기본기는 다진 상태지만 실제 방송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구지역 교통체계를 익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대구시내 지도를 펴 놓고 교차로, 도로명, 다리 이름 등을 외웠다. 대구로 들어오는 고속도로 기점표시도 모두 암기했다. 그렇게 1년여 정도 공부를 하고 나니 머릿속에 교통체계가 잡혔다.

"고속도로 기점표시를 애써 외었는데 기준점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중간에 바뀌는 바람에 새로 공부한 적도 있습니다. 공부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로가 생겨나고 교통체계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실시간 상황이 바뀌는 교통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57분 교통정보의 경우 1분 1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달해야 한다. 교통정보센터에 설치된 77개 CCTV 모니터를 보며 대구시내 교통상황을 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고, 정체 등 제보 전화가 들어오면 바로 확인해서 방송에 반영해야 한다. 양념처럼 들어가는 날씨 정보도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한다. 순발력과 정확성, 전체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넓은 시야는 교통정보 리포터의 생명이다.

라디오 방송이 나오는 헤드셋을 끼고 CCTV 화면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특이 사항만을 꼭 집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지금은 CCTV 모니터를 보고 바로 방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이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방송 내용을 간단히 적었습니다. 그래도 했던 말 또 하고, 실수도 여러 번 했습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방송은 국민과의 약속. 방송 펑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전 시간대 방송을 하던 몇년 전 대구에 눈이 많이 내린 날, 그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을 나섰다. 차를 가져가거나 택시를 잡는 것이 여의치 않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동부정류장 인근)에서 당시 교통정보센터가 있었던 중부경찰서까지 걸어서 출근한 적도 있다.

출근길 차가 고장나 도로 한 중간에 멈춘 일도 있었다. 방송 시간은 다가 오는데 차는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차를 도로변으로 밀어놓고 택시를 타고 가서 방송을 한 뒤 돌아와 차를 견인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식은 땀이 흐르는 일이지만 세월이 모든 것을 추억으로 만들어 놓았다.

방송을 오래하다 보니 고정팬들도 생겼다. 목소리가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온다. 매년 선물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김씨는 "방송을 듣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청취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모든 사람들이 57분 교통정보하면 김보현으로 기억할 만큼 최고의 교통전문 리포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 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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