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긴 시간 동안 준비했던 Actorfest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Actorfest란 Back Stage가 주최하는 행사로 극단, 극장 및 방송관계자들이나 그 밖의 연기학원 등등 많은 업체들이 부스를 열고 브로드웨이, 방송국 등의 배우 지망생들이 참관하여 Casting call이라는 오디션을 보고, 동시에 그곳에 설치된 부스에서 많은 관련 정보를 얻어가기도 하는 매우 큰 규모의 행사다. 동종업계 가장 큰 행사로, NY지부와 LA지부에서 두 차례로 나누어서 개최한다.
행사를 앞두고 나에게도 새로운 일이 떨어졌다. 전단지 배포와 벽보 부착이다. 한국에서 그 흔한 전단지 아르바이트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뉴욕에까지 와서 전단지를 배포하라니. 부담스러웠다. 전봇대에 벽보를 붙이고 있노라면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왠지 부끄러웠다. 전단지를 나눠주니, 사람들은 나에게 이 행사가 무슨 행사인지 관심을 가지며 물어 왔다. 처음에는 더듬더듬 짧은 영어로 설명하다가, 어느새 관광버스 홍보하는 흑인 아저씨만큼이나 일이 능숙해졌다. 처음엔 전단지를 쭈뼛쭈뼛 나누어 주었지만 점점 흥이 붙어 신나게 나누어 주다 보니, 준비해온 전단지들은 일찍이 동이 났다.
행사장소인 링컨센터에서의 행사 마무리 작업은 캘리포니아 지부 직원들과 함께했다. 그들은 이미 몇 번의 행사 경험이 있었는지, 일처리가 매우 능숙했다. 그들의 지휘하에 부스 세팅, 부스명단 최종 확인 등의 작업을 모두 끝내고 집에 가려는데, 팀 동료 James가 한쪽 끝을 가리키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가보니, 이미 열명남짓 되는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대기 중인 게 아닌가.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행사는 토요일에 시작이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왜 이렇게 빨리 왔느냐" 며 말을 건네자, "우리는 오늘 아침부터 있었어요. 오디션을 볼 때 조금이라도 빨리 봐야 담당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라며 웃으며 대답한다.
행사 당일, 늦어도 오전 6시까지 출근하라고 해서 오전 4시 30분에 눈을 떴다. 지난 밤에 비가 와 예상보다 날씨가 쌀쌀해져, 어제 행사장 앞에서 텐트치고 잤을 사람들 걱정이 앞섰다. 어둑어둑한 새벽의 34가의 링컨센터 앞에는 족히 100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나의 임무는 행사의 공식 사진사. 마침 좋아하는 일을 맡게 돼 기뻤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내가 예상했던 규모보다 행사는 훨씬 더 컸다. 대구 전시 컨벤션센터 규모의 행사장 전층에는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발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장에선 배우로서의 자세, 준비에 대한 강연과 명사 초청 강연 등이 이어졌다. 동료들은 NBC의 유명인사 등이 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나에게 크게 와닿진 않았다. 외국 사람들이 '소녀시대'를 그냥 지나쳤을 때 나는 그들의 기분을 이해하겠지.
행사장에서 실로 많은 사람들과 많은 상황들을 찍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배우들이 오디션 보는 장면이었다. 관계자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고 한쪽 벽 모퉁이에 서서 6명의 오디션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정말이지 신선한 경험이었다. 배우 지망생들은 준비된 대사를 하며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혼신을 다해 연기를 했다.
심사위원들은 후보생 모두에게 "That's great~ good job"이라며 입에 발린 칭찬을 해주지만 'Call back sheet'(오후에 다시 오라는 확인증)을 받은 사람은 그 중 한 사람뿐이었다. 오디션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디션을 한다기에 젊고 아름다우며 잘 생긴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상상했지만 실상은 외모에 크게 상관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오디션을 보러 몰려왔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오디션을 보는 부모들도 꽤 많았다. 백발이 성성한 80세 노인도 젊은이들 틈바구니에서 대본을 외우고 있는 모습은 사뭇 이색적이었다. 나이, 처지에 상관없이 한결같이 꿈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디션 줄이 다 끝나 갈 때 쯤, 같이 일하던 Dan과 Sri도 오디션을 보러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너도 오디션 같이 보지, 그래? 너 하면 될 것 같은데." 3초 동안 잠시 꿈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행사가 파한 후 지하철에 무거운 몸을 실었다.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보람있는 행사였지만 끝나고 나니 허무한 마음도 컸다. 이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회사 사람들과 친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몸은 좀 많이 피곤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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