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국, 그리고 나]인도 엘로라&아잔타

인도 남부 마하라쉬트라(Maharashtra)주에는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해 수많은 유적이 있는 인도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유적지인 엘로라(Ellora)와 아잔타(Ajanta)라는 서로 근접한 곳에 위치한 종교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엘로라와 아잔타는 남인도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지이지만 유명세에 비해 그 주변으로는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인도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뭄바이(Mumbai)에 도착해 엘로라와 아잔타 여행의 전초기지가 되는 데칸 고원의 작은 도시 아우랑가바드(Aurangabad)로 기차(7~8시간 소요)나 버스(10~12시간 소요)를 이용해 이동 숙소에 짐을 풀고 난 후에야 찬란하고 위대한 문화유산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엘로라

아우랑가바드에서 버스를 타고 30㎞가량을 달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엘로라의 입구에 도착한 순간 여행자들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산을 깎아 만든 석굴들이 남북으로 1.6km에 걸쳐 늘어서 있는 장관에 탄성을 자아낸다.

#불고'힌두교'자이나교

500년에 걸쳐 만들어진 엘로라의 석굴 사원들은 총 34개의 석굴로 구성되어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장소에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라는 세 가지의 다른 종교 사원들이 공존한다는 점인데 시대의 종교 변화에 따라 각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다른 종교 석굴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포용하며 그들이 믿는 종교의 석굴을 순서대로 건축해 나갔기 때문이다.

각 석굴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1번부터 12번 석굴까지는 5~6세기에 만들어진 불교 석굴이, 13번부터 29번까지는 7~9세기에 만들어진 힌두교 석굴이 30번부터 34번까지는 8'10세기에 만들어진 자이나교 석굴로 과거 인도에 영향을 주었던 종교 역사를 한눈에 감상 할 수 있다.

각 석굴에 새겨진 조각들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아직도 정교함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 중 13번부터 29번까지의 힌두교 석굴들이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아 인기가 좋다.

특히, 힌두교 석굴들 중 16번 석굴인 카일라쉬 사원(Kailash Temple)은 '석굴 사원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엘로라의 하이라이트로 엘로라의 석굴들 중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힌두교의 시바신이 산다는 티벳의 성산의 이름을 딴 카일라쉬 사원은 남인도 건축양식인 드라비다 양식을 사용해 만든 사원으로 조성 과정에서 제거된 돌의 무게만 20만t에 달하는 깊이 86m, 너비 46m, 높이 35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카일라쉬 사원의 크기도 크기이지만 일반적으로 동굴을 파는 것처럼 벽에서부터 파 들어간 엘로라의 다른 석굴들과는 달리 산 위에서부터 돌을 깎아 내며 파내려오는 방법으로 만들었음에도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사원 내 외곽에는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 중 '스리랑카에 사는 악마왕 라바나가 카일라쉬산을 뽑아버리려고 하자 시바신이 엄지발가락 하나만으로 제압하였다'는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조각들이 매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500년에 걸쳐 총 34개 석굴 제작

카일라쉬 사원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엘로라의 다른 석굴들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비쉬누신의 화신으로 알려진 10명의 조각상과 반인반수 모양의 나라심하 조각상으로 유명한 15번 석굴이나 엘로라 석굴 사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조각상으로 일컬어지는 타라상이 있는 6번 석굴 등을 비롯해 각 석굴마다 저마다 담고 있는 종교적 사상과 조각된 조각상들이 다르기 때문에 석굴의 순서대로 천천히 둘러보도록 하자.

◇아잔타

엘로라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가 한 장소에 모인 다양한 종교의 세트장이라고 한다면 아잔타는 순수 불교문화를 꽃 피운 불교 미술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11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잔타는 와고레 강이 흐르는 언덕 중턱에 29개의 석굴이 말발굽 모양의 골짜기를 따라 1.5㎞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

아잔타는 BC2~1세기경에 건축된 전기 석굴 군과 5~7세기에 건축된 후기 석굴군이 섞여 있는 곳으로 1819년 동인도 회사 소속의 영국군 병사인 '존 스미스'가 호랑이 사냥을 나섰다 길을 잃으면서 우연찮게 발견되기까지 1,00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홀로 고립된 채 잠들어 있었다. (발견 당시의 벽화의 보존 상태는 매우 양호했으나 발견 후 전문적이지 않은 보수 작업으로 인해 현재는 벽화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아져 있는 상태)

아잔타의 벽화에는 붓다의 생애를 비롯해 불교와 관련된 여러 설화들의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훗날 이 양식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한국에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29개 석굴 골짜기 따라 조성

아잔타 석굴들 역시 엘로라와 마찬가지로 각 석굴마다 번호가 붙여져 있는데 편의상 붙인 것일 뿐 별다른 의미는 없으며 석굴을 감상하다 이 석굴이 어느 시대에 속하는지 알고 싶다면 석굴 사원 안에 불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만약, 불상이 있다면 후기에 조성된 곳이며 불상이 없다면 전기에 조성된 곳이다.

아잔타로 들어서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1번 석굴은 아잔타에서 최고의 벽화를 감상 할 수 있는 곳으로 연꽃을 들고 있는 보살인 보디사따바 빠드마따니를 비롯해 부처의 생애를 비롯한 여러 설화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특히, 벽화 속의 부처의 모습은 백제의 담징이 일본의 법륭사에 그려 놓은 금당 벽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유사해 한국의 불교 미술이 인도에서부터 전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1번 석굴 바로 옆의 2번 석굴에는 붓다의 전생과 이생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붓다를 안고 있는 마야 부인 옆으로 힌두교의 신인 브라흐마와 인드라가 같이 있어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랜 세월 쓸쓸히 있었을 아잔타와 함께한 와고레강을 따라 석굴들을 감상하다 걷다 보면 아잔타에서 꼭 보고 가야할 곳 중 한 곳인 16번 석굴에 다다르게 된다. 석굴의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내부에는 붓다의 이복동생인 난다가 출가를 결심하자 그의 아내인 순다리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죽었다는 '빈사의 공주' 이야기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불교 미술의 보고 아잔타의 또 다른 특별한 장소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으로 전망대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와고레강과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하며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워보자.

김종욱

[Tip]

▶다른 석굴 먼저 본 후 카일라쉬 사원 감상

엘로라 관광 시 가능한한 다른 석굴들을 먼저 본 후 카일라쉬 사원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만약, 카일라쉬 사원을 먼저 본 후 다른 석굴 사원들을 감상한다면 카일라쉬 사원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머릿속에 깊게 남아 시시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엘로라에서 시간이 남는다면 서쪽으로 1.5km 떨어진 그리쉬네쉬와르 사원(Grishneshwar Mandir)을 방문해 보자.

그리쉬네쉬와르 사원은 18세기에 건축된 힌두교 사원으로 엘로라만 보고 가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곳이 아니지만 사원 내에는 인도 전역에 12개밖에 없다는 죠띠 링감이 소장되어 있어 일 년 내내 힌두교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도인들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사원이다.

▶아잔타 동굴 돌아볼 땐 손전등 준비

아잔타 동굴들 중 다수는 내부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므로 미리 손전등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으며 벽화의 보존을 위해 사진 촬영 시 플래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엘로라와 달리 아잔타로의 교통편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운행 시간과 막차 시간을 꼭 체크하도록 하자.

※죠띠 링감이란=링감은 시바신의 남근을 상징하는데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남근의 형상을 한 돌을 모시고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데 죠띠 링감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시바신의 남근으로 인정받는 돌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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