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농촌공동화 막을 수 있다

몇해 전 농림부장관이 한 신문 지면을 통해 농업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농민에 대한 교육으로 세계 자유경쟁 체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제2의 인생을 농촌에서 맞이하려는 퇴직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농촌의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비관적인 시각이 일반적이다.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인데다 소득 면에서도 도시와 큰 격차를 보인다. 농사일은 60세 이상 노인들의 몫이고, 20대와 30대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5년 전국 농민은 1만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한다. 미국'EU와의 FTA 체결로 한국 농업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지 않은 채 농촌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를 줄이고 농촌 공동화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첫째, 농촌 교육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농민이 도시로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자녀 교육 문제이다. 평생 의식주에 사용하는 비용보다 교육비가 더 많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한 끼 식사에 쌀 한 홉을 먹고 80년을 산다고 하면 약 80가마의 쌀을 소비하는 셈인데,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천600만원에 해당한다. 여기에 라면, 빵, 간식 등과 부식비를 보태 사람 한 명이 평생 먹는 음식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4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옷과 신발 구입비 2천만~3천만원 등 기호품에 드는 비용을 따져도 의식주 비용은 1억원 미만이다.

그러나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필요한 교육비는 최대 수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돈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교육비 부담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문제는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에서 5년 이상 농업에 종사하거나 귀농한 사람의 자녀에게 교육비 혜택을 주어야 한다. 예컨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필요한 학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해주어야 한다. 또한 대학 진학 시 입학금과 등록금을 장기 저리로 상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졸업 후 취직하여 10~20년 내에 연 1, 2% 이율이 적당해 보인다.

귀농을 늘리기 위해서는 도'농 간 학력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방송 원격 방송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방과 후 보충수업도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고학력자를 인턴 교사로 채용해 수학, 국어, 과학 등 주요 과목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도시 학생 못지않게 농촌 학생이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면 굳이 도시로 떠날 이유가 있겠는가.

둘째, 농촌 소득 증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다. 이를 농촌으로 분산시켜야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다. 인구를 분산시키려면 농촌의 소득이 높아져야 한다. 농촌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별 농산물을 특화시켜야 하고 정부가 생산부터 판매까지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쌀은 호남지역, 고추'담배'인삼'고랭지 채소는 강원'경북'충남북 일부 지역, 화훼'채소는 기타 지역의 특산물로 삼을 수 있다.

셋째, 귀농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미래의 농업경영 인력을 확보하고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귀농인에 대한 지원 사업을 펴고 있는데, 50세 이하 귀농인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 50세 이상 귀농인에 대한 지원은 없다. 60대는 농업 종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청년층보다 농사일에 적극적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60대 귀농인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 강조하건대, 교육과 소득의 질을 높이고 50, 60대 귀농인에 대한 지원 정책을 실현하면 농촌 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

남병상 청남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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