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수(60) 대표이사 사무실은 어두컴컴했다.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컴퓨터 웹서핑을 즐기던 김 대표는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인터뷰 시작할 때는 어두운 실내가 영 익숙하지 않았다. 궁금증을 참아가며 인터뷰하던 중, 물었다. "왜 조명을 켜지 않습니까?" "절약이 몸에 배여 있습니다." 바지를 걷어 내복을 보여줬다. "직원들에게도 어지간히 추워서는 히터를 켜지 말고 내복을 입으라고 합니다." '절약'은 부호체어원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였다.
부호체어원은 사무용 의자를 생산하는 업체다.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롱런할 수 있는 업종이다.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고, 100여명의 종업원을 둔 부호체어원은 김 대표의 '절약' 습관이 이어져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역사
김 대표는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던 농부였다. 대구 성서에서 9대째 살아왔고,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에 농사를 지어 가족을 부양했다. 하지만 성서가 산업단지로 개발되면서 논·밭이 점점 사라질 즈음인 1994년, 4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농사를 버리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세운 회사가 사무용 의자 부품 제조업체인 부호체어원이다.
그는 "의자를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이라는 생각에서 사무용 의자 생산업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력의 필요성에 일찍 눈을 떴다. 싸구려 의자를 생산해서는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중소기업이지만 지금도 기술 개발에 연 12억~13억원을 투자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0년 ISO 9001 인증을 받았고, 2001년 신기술 개발 분야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 2003년 Q마크, 2004년 ISO 14001 인증을 획득했고, 이노비즈(INNO-BIZ)로 선정됐다. 지난해 무역의 날에는 5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4월에는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01년 7월 10일을 잊지 못한다. 1천60여평의 공장에 전기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것. 손실액만 45억원이었다. 최대의 위기였다. 그는 "공장을 포기하려고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열정이 가득했던 아들들이 "다시 공장을 짓자"고 김 대표를 설득했고, 8일 만에 현재의 공장 부지를 사들였다고 한다.
그는 "그때가 최대의 위기였다"며 "지금도 소방차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말했다.
◆주력제품
부호체어원은 수출과 내수가 절반씩이다. 65개국에 수출을 하고 생산하는 의자 종류만 60여가지다. '글로리 의자'는 2년 전부터 미국 월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편하면서도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리치 의자'는 등받이 대를 상하로 맘대로 조절할 수 있어 인기가 있다. 내년 1월에는 신개념의 첨단기능을 갖춘 다기능, 고품질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의 한 유명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뒀다.
부호체어원은 기업부설연구소를 갖추고 있고, 모든 생산 공정이 체계화돼 있다. 모델링 작업부터 디자인 설계 및 검토가 이어지고 자체 시험 장비를 통해 제품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테스트한다. 지금까지 등록된 지적재산권은 발명특허 3건, 실용신안 26건, 디자인 41건으로 모두 70여건이다.
국내시장에서의 입지도 확고하다. 크고 작은 동종업체 40~50곳 중 의자 부품에 한해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기능성 의자로 유명한 '듀오백'의 구성 부품과 종합가구 1위 업체인 퍼시스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기업정신
김 대표는 종업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주인의식이 책임감을 낳고, 책임감이 불량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소신에서다. 그는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 독일제 의자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개당 250만~300만원의 고가 의자를 개발 중에 있다"며 "고급화에 주력해 세계 최고의 의자 생산 업체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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