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아침 동녘이 희끄무레 떠오르는 대구 앞산공원 주차장. 빗자루를 들고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50대 중년의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휴일이 지난 월요일 아침이라 온갖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데도 치우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이내 쓰레기포대 3자루가 가득 찬다. '공원 청소부인가'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그는 바로 시내버스 기사 손기종(57·우진교통)씨.
앞산에 운동 나오는 주민들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의 그를 공원 청소부로 착각한다. 워낙 청소에 열심이기 때문. 근무가 있는 날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빗자루를 든다. 손씨는 달서4번 버스를 운행한다. 앞산공원을 출발해 다시 공원으로 돌아오는 다소 지루한 노선이다. 손씨는 종점에 돌아오면 잠시 쉬어야 하는데도 청소도구를 잡는다. 오전, 오후로 나눠 교대근무를 하는 피곤한 생활인데도 청소한 지가 벌써 7년이 넘는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손씨는 평소 남들에게 베풀고 섬김을 실천하고자 이 같은 봉사를 시작한 것. 오전에 근무하는 날에는 회사 차고지(서구 이현동) 청소까지 도맡는다. 그러다보니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 동료들은 그를 가리켜 '손 목사'라 부른다. 동료 기사 강성규(40)씨는 "그를 안 지가 6년이 넘었는데 매일 청소와 운전만 한다"며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지만 정말 열심히 사는 버스 기사의 모범으로 통한다"고 칭찬했다. 앞산을 자주 찾는다는 윤주로(51)씨는 "운전만 해도 힘들텐데 주변 청소까지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며 "그의 모습에 등산객들도 함부로 쓰레기를 못 버린다"고 했다.
하지만 손씨가 처음부터 주위로부터 칭찬만 들은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에게 '충신'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가 하면 청소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버스 출발시간을 놓쳐 승객들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기도 했다. 손씨는 "가끔 수고한다며 따뜻한 커피를 건네거나 장갑을 선물하는 시민들도 있었다"며 "그럴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용백 시민기자 dragon102j@hanmail.net
도움: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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