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가격을 '부풀리기'로 산정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수억원대의 분양금을 입주자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판결이 확정되면 향후 분양가 산정은 물론 전국 임대아파트 분양 주민에 대한 분양금 반환 민원과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광주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선재성)는 12일 서모씨 등 광주 광산구 모 아파트 주민 71명이 LH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등 이행 소송 항소심에서 "LH는 원고 1명에 800여만원씩 총 5억7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은 LH에 최대한 유리하게 산정하더라도 7천700여만~9천여만원인데, LH는 이 보다 가구당 800여만원을 높게 정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인 택지 공급가격을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에서 정한 조성원가의 80%로 산정해야 하는데도 LH가 100% 로 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아파트를 건축, 임대하는 과정에서 LH가 받은 장기 융자 국민주택기금과 임대보증금은 918억여원인 반면 들어간 택지 조성원가와 건축비는 850억여원에 불과해 LH로서는 자기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게 됐다"며 "그럼에도 LH는 택지비를 20%나 높이고 건축비는 정산된 공사원가가 아닌 국토해양부 장관이 상한으로 정한 금액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만 해도 단지 내 1천148가구 중 원고 71가구를 제외한 1천77가구를 LH가 정한 가격에 분양해 86억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또 '분양전환 가격 산정자'로서 LH의 지위를 크게 흔들어, 시민단체 등의 분양원가 공개 청구 움직임을 다시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또 "LH는 무주택 임차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부당하게 얻으려고 입주자들이 공개 청구한 조성원가를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국민은 택지비가 얼마이고 건축비가 얼마인지 알 방법도 없이 LH가 제시한 금액에 이의조차 제기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LH는 2000년 6월 105㎡ 규모 공공임대 아파트를 5년간 임대하려고 입주자를 모집해 2007년 10월 분양전환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주민 71명은 "건설원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분양전환 신청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정한 분양대금에 분양계약을 하는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LH는 "택지 공급가격을 조성원가의 80%로 산정해야 한다는 지침은 민간업체에 택지를 매각할 때 해당되며, 자체 사업을 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H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분양전환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과 유사소송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며, 앞으로 분양전환을 할 때 적정 분양가 여부에 대한 민원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경북에서는 11월 경산대평(660가구), 내년 12월 대구신암(158가구)의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할 예정이어서 이번 판결이 분양가 산정에 영향을 미칠 지 여부가 주목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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