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문화가정 우리 아이, 이렇게 놀아 주세요"

대구과학대 유아교육과 교수들, 결혼이주 여성과 자녀 대상 교육·놀이 프로

6일 오후 대구과학대학 유아교육과 놀이지도실에서 이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결혼이주여성 및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6일 오후 대구과학대학 유아교육과 놀이지도실에서 이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결혼이주여성 및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달 6일 오후 대구과학대학 대학놀이지도실에는 귀여운 진객(珍客)들이 찾아왔다. 똘망똘망한 눈빛의 유아 10여명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손을 뿌리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느라 마냥 신이 났다. 결혼이주 여성들과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이는 이 대학 유아교육과 교수와 학생들. 이미 몇 차례 만나 낯이 익었는지 서로 반가워하는 표정들이었다. 이들은 오후 내내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구과학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들은 올 5월 대구지역의 결혼이주 여성과 자녀들을 대상으로 '엄마랑 놀자·우리집은 내 놀이터'라는 교육봉사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운영하기 시작했다. 모임을 주도한 김태선 학과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처음 가게 되는 곳이 바로 유치원인 만큼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봉사활동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단,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몇몇 교수들을 중심으로만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현재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교수는 유아교육과 김태선 학과장을 비롯해 신은정, 배재현, 임은애, 최천순, 김은아 교수 등 6명이다. 김은아 교수는 "많은 단체나 모임에서 다문화 관련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언론 홍보에 신경을 쓰다 정작 활동 내용은 빈약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동료 교수들이 붙여준 별명이 'NSS'. 국가안보는 아니더라도 다문화가정의 행복을 지켜주는 의미라고 했다.

매주 금요일 이 대학 놀이지도실에서 열리는 이 프로그램에는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민 여성 10명과 자녀 10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집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놀면서 인지·정서·신체 발달을 위한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놀이프로그램을 개발해 결혼이주 여성과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다문화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교수들은 최근 다문화 교육 교재도 집필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무척 좋다. "아이와 어떻게 놀아 줘야 할지 막막했다"는 필리핀 출신 주부 파퐁씨는 "친구 소개로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비싼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도 집에 있는 도구를 활용해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기뻐했다.

아무리 비밀로 해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교수들의 선행이 학내에 알려지자 학생들도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1학년생 20여명은 금요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엄마들을 대신해 2~5세 자녀들을 돌봐주는가 하면 2학년생 6명은 직접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유아들에게 읽기, 쓰기, 동화구연, 동요 부르기, 종이접기 등을 가르치면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김태선 학과장은 "앞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교육현장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다양한 봉사활동과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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