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찬바람이 속살을 파고들면 군불로 데워진 따끈한 온돌방이 무척이나 그립다.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절절 끓는 온돌방의 아랫목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하루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따뜻한 온돌방에 피곤한 몸과 마음을 눕히고 싶다. 거기서 마음껏 '지지고' 나면 한결 몸이 가뿐하고 마음이 개운해질 것만 같다.
온돌방에서의 하룻밤은 '구운돌 위에서 자는 즐거움'이다. 자연의 정을 체감하며 사람 사는 맛을 느끼는 일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따뜻한 온돌에서 생명의 위안을 얻고 그 따뜻함으로 어려움을 밀어내며 또다시 삶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장소다.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 군불의 추억과 따뜻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본다.
경북지역에서 군불이나 온돌방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15곳이 넘는다. 모두들 장작을 패서 직접 아궁이에 불을 때는 전통 온돌방이므로 고향의 추억과 따뜻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경북도 관광산업과 서원씨는 말한다. 특히 온돌방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고택들이 많기 때문에 오래된 집이 주는 기운과 운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온돌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는 곳은 주로 안동 지방이 많고 봉화 경주 고령등에도 있다.(표 참조) 최근 온돌 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겨울이면 찾는 이들로 북적댄다. 미리 예약을 해야만 따뜻한 아랫목으로 바로 직행할 수 있다.
하회마을의 북촌댁은 2007년부터 일반 관광객에게 밤에도 공개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야 집이 유지되는 한옥의 특성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주인 유세호씨는 "전통 한옥은 나무와 흙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온전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군불을 때면서 사람이 생활해야 한다"며 "전국에 수소문해 구들 전문가인 최영택 선생을 모셔와 구들과 아궁이를 손봤다"고 말했다.
유씨는 " 군불을 땐 방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모두들 몸이 개운해지고 기운이 맑아지는 것 같다고 좋아한다"면서 발은 따뜻하고 얼굴은 약간 차기 때문에 더욱 상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북촌댁에서 하룻밤 몸을 지진 이유민(56·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구수한 불 냄새와 잘잘 끓는 온돌방에서 하룻밤 자고 나니 오랫만에 고향에 돌아와 모든 걱정 잊고 푹 잔 느낌이다" 며 온돌에서의 하룻밤으로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씨처럼 온돌에서의 하룻밤을 자본 이들은 자글자글 끓는 아랫목 예찬에 끝이 없다. 돌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윤재근(한양대 국문학) 교수는 "나무와 불과 돌과 흙이 순환하며 빚어내는 온기, 태초의 생명이 바로 온돌이며 우리는 거기에 누워 매양 편안하게 다시 태어난다" 면서 "불이면서도 어머니 양수 속 같은 재생의 공간이 바로 온돌방"이라고 했다.
봉화 만산고택의 강백기씨도 "여름철에도 눅눅한 기운이 있으면 방에 불을 때지만 본격적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은 9월부터다. 늦가을부터 구들장 아랫목의 흥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소개한다. 특히 요즈음에는 젊은이들이 온돌에서 하룻밤 자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덧붙인다. 강씨는 "젊은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직접 군불을 때보고 불 냄새를 맡아보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은 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며 웃는다.
온돌에서의 하룻밤은 왜 좋은가. 감나무한의원 배은정 원장은 " 날씨가 차가우면 근육이 수축해 근육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이 많아진다. 이럴 때 아랫목에서 따뜻하게 지지면 근육이 이완되고 통증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감기와 같이 밖으로부터 온 질병은 아랫목에서 땀을 푹 흘리고 자면 상당한 치료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온돌의 장점은 '두한족열'이다. 머리는 차갑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해야 건강에 좋다는 그 이치에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다. 머리는 양기가 모이는 곳이므로 차게 하고, 발은 음기가 모이는 곳이므로 따뜻하게 해서 중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 원장은 온돌방에서는 반드시 이불로 배를 덮고 잘 것을 주문한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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