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일은 저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날 대구 달서구청의 희망근로 사업으로 달서구 다문화 도서관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3년 6개월 만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를 두고 일할 수 없어 많이 답답했고 아이가 조금 크니까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어 일을 하고 싶어졌지만 세계적 금융위기, 경제침체 등으로 인해 한국 사람들도 취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 시기에 우리 결혼이민여성에게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첫 직장이라서 많이 긴장되고 설렙니다. 희망근로 사업이 이름뿐만 아니라 정말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을 주는 일이 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저는 많은 것을 얻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결혼이민여성에게 희망을 주는 희망근로 사업이 장기적으로 이뤄져 좀 더 많은 이주친구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9일 인터넷으로 매일신문에 독자투고를 한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 고가민(34)씨. 고씨가 근무하는 달서구 다문화가족 도서관에는 4명의 결혼이민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이면 끝나는 희망근로 사업이 아쉽기만 하다. 내년 3월 희망근로가 재개되지만 이곳에서 다시 일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고씨는 고민 끝에 본지 독자투고란에 글을 올렸다. 이틀에 걸쳐 사전을 뒤져가며 꼼꼼하게 쓴 것이라고 했다.
고씨는 도서관에서 중국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어교실 보조교사, 도서관 책 번역, 도서관 이용 안내 등 중국어가 필요한 곳에는 항상 고씨가 등장한다. 결혼이민여성의 도움 덕분에 도서관도 일의 효율성을 높였다. 전선정(24·여) 사서는 "결혼이민여성 수업을 진행할 때 간단한 통역만으로도 수업 진도가 달라진다"며 "결혼이민여성들에게 도서관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데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희망근로는 고씨에게 큰 도움이 된다. 고씨는 이곳에서 매달 85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지만 급여보다 귀한 건 생활에서 익힌 한국 문화다. 고씨는 "돈을 줘서라도 배우고 싶었던 걸 돈을 받아가면서 배웠다"고 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책을 많이 읽게 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고씨의 한국문화 이해도는 빠르게 향상됐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면서 남편을 대하는 능력도 늘었다고 했다. 이곳을 찾는 결혼이민여성 중 체류 1년 미만의 '새댁'에겐 한국 문화 체험 선배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희망근로로 결혼이민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곳은 달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저소득층 가정 클린 도우미 등 10곳. 모두 35명이 일하고 있다.
고씨는 "꼭 우리가 일하지 않아도 된다"며 "희망근로에 더 많은 결혼이민여성이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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