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주에 한번씩 '이웃사랑 도시락'…한화 구미공장·복지관 후원

주)한화구미공장 봉사단 강신욱(오른쪽) 공장장과 박광근(왼쪽) 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12일 구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밑반찬을 정성들여 만들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주)한화구미공장 봉사단 강신욱(오른쪽) 공장장과 박광근(왼쪽) 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12일 구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밑반찬을 정성들여 만들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주)한화구미공장 봉사단원들이 12일 구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밑반찬을 정성들여 만든 뒤
(주)한화구미공장 봉사단원들이 12일 구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밑반찬을 정성들여 만든 뒤 '이웃사랑 행복해요.'구호를 다함께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8년째 아름다운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구미종합사회복지관과 ㈜한화 구미공장은 서로에게 없어서 안 될 존재다. '복지관-담당후원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경북 구미시 황상동 110번지에 위치한 구미종합사회복지관의 후원 및 봉사는 ㈜한화 구미공장의 공헌도가 절대적이다. 이 공장에 근무하는 370명 전 직원이 격주로 10~15명씩 팀을 구성해 밑반찬 배달에 나서고 있다.

이는 복지관의 일을 덜어줄 뿐 아니라 영구임대 주공아파트에 사는 어려운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모두들 이 밑반찬을 기다린다. 더불어 그 밑반찬을 배달하는 봉사자도 함께.

이 복지관 관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많은 후원기업이나 단체가 있을 수 있지만 ㈜한화 구미공장 사람들은 우리 복지관의 수호천사들"이라며 "경기가 어려운 시점에 큰 힘이 되고 있으며 고마운 분들"이라고 말했다.

㈜한화 구미공장 강신욱 공장장도 "후원금액도 확대되고 기업이 도울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우리 역시 봉사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렇듯 한 복지관이나 시설이 좋은 기업이나 단체와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는 곳은 우리 지역에도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2002년 가을 ㈜한화 구미공장은 추석을 앞두고 주변의 가까운 복지관을 물색하다 구미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회사에서 마련한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자 한 일회성 방문이 8년 후 이런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지는 아무도 몰랐다.

우연잖게 찾아온 천사가 그 집안에 눌러앉은 격. 2002년 이후 강신욱 ㈜한화 구미공장장과 신현목 구미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이 봉사를 확대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매년 밑반찬 비용으로 1천만원씩 지원하기로 파격적인 결정을 한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이 금액을 2천만원으로 올렸다. 이 후원금은 돈일뿐.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한화 구미공장 오렌지색 조끼를 입는 봉사단이 둘째, 넷째 목요일 오후면 이 아파트 120가구를 방문해 밑반찬을 전달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것.

㈜한화봉사단이 뜬 날은 아파트 단지 전체에 훈훈한 기운이 도는 듯 하다. 실제 오후 3시에서 4시30분 사이 봉사시간에 이들에게 전화가 온다.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 오라고'. 마치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처럼 반가운 이들인가 보다.

이 봉사단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광근 업무과장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한 복지관과 끈끈한 인연을 맺고 실제 봉사의 성과도 올리니 주는 기쁨도 두배"라고 기뻐했다.

㈜한화 구미공장 봉사단은 직원 370여명이 평균 15계좌(1계좌당 500원)의 후원을 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7천500원이지만 모두 합치니 4천만원이나 된다. ㈜한화 본사에서는 이 금액의 150%를 자원봉사 후원금에 보태준다. 그래서 1억원이나 아름다운 봉사에 사용된다.

한편 이 봉사단은 전국 70여개의 ㈜한화 공장들 중 상위 톱5에 항상 들 정도로 모범 봉사단이며 올해는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북도지사가 주는 단체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움을 받는 이들, "감동이죠"

12일 오후 ㈜한화 구미공장 봉사단 15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2시30분부터 복지관 지하 1층 식당에서 이날 배달할 밑반찬인 닭갈비 도시락을 차곡차곡 박스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자 배달할 몫을 나눴다. 그리고 3시부터 각자 출발.

봉사단 한 일원을 따라갔다. 75세된 고문기씨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음료수라도 한 잔 마시고 가요." 진심으로 따뜻함이 묻어났다. 고씨는 "할머니가 아파서 누워있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만 이들이 가져다주는 반찬을 보면 힘이 난다"며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박명한(70)씨는 특유의 즐거운 목소리로 "아이고~, 고마워, 고마워"라며 도시락 밑반찬을 전해주는 봉사자의 손을 꼭 잡았다. 지체장애로 하반신의 움직임이 힘들어 집 앞에까지 내려오는데도 땀을 한바가지 흘린다는 김상순(66·여)씨는 "매주 복지관에서 가져오는 밑반찬 덕에 반찬 걱정이 많이 줄었다"며 "마침 밑반찬이 입맛에 맞아 잘 먹고 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화 회사 창립기념일(10월 9일)은 이들에게 특식이 주어지는 기쁜 날이다. 때문인지 밑반찬을 지원받고 있는 가구들은 모두 이 날을 기억하고 있다.

㈜한화 구미공장 봉사단은 이 복지관을 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사업도 있다. 장애아동 사회적응 프로그램에도 1천만원이나 후원을 하고 있는데 이 복지관에 바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화 희망어울림' 방이 있는 것.

올해로 4년째인데 이 복지관에 있는 8명의 장애아동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성 향상 및 각종 교육을 받으며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이 봉사단은 지난해 한 다문화가정에도 큰 감동을 선사한 적도 있다. 베트남 출신으로 대구 달성군 한 가정에 시집 온 여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대한생명'과 함께 2천만원을 들여 간이 컨테이너 방을 지어주고 병원비와 자녀들 교육도 지원한 것.

지난해 8월에는 100명의 봉사단 직원들이 나서 장애아동 100명에 1대1로 동행해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 정상까지 무사히 다녀온 적도 있다. 도움을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인생은 아름다워'를 외쳤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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