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언제까지 드라마 촬영장에 목매야 하나

경주에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세트장이 비싼 입장료와 부실한 서비스로 관광객들에게 큰 원성을 사고 있다고 한다. 구경하려면 입장료로 성인 1만8천 원, 초교생 1만1천 원을 내야 한다. 게다가 촬영세트장에 가더라도 드라마 촬영은 볼 수 없고 운영자인 신라밀레니엄파크 측이 제공하는 수준 낮은 공연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혹해 촬영세트장을 찾았다가 실망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촬영세트장이 관리 부실로 흉물로 변해 있는데다 건물과 자재가 부서지고 부식한 모습에 오히려 기분이 상했다는 이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촬영세트장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원금을 얻어 지어졌다는 점이다. '선덕여왕' 촬영세트장은 경북도 10억 원, 경주시 20억 원을 지원받고 경주시 소유 부지 4천300㎡(1천300여 평)까지 사용하면서도 말썽만 빚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는 돈과 땅을 제공하고도 관광활성화는커녕 고도의 이미지까지 갉아먹는 악수를 둔 셈이다.

전국적으로 드라마 세트장은 30개이고 소규모 세트장까지 합하면 70개가 넘는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손꼽을 정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흉물로 방치되거나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북에는 상주의 '상도'세트장, 안동의 '명성황후' '대조영'세트장, 울진의 '폭풍 속으로'세트장 등이 있지만 그나마 문경의 '왕건'세트장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천혜의 관광지인 문경새재와 연계해 관광객을 유인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더 이상 촬영세트장 건설에 주먹구구식으로 돈과 부지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 단체장의 얼굴을 세우기 위해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짓은 시대착오적이다. '선덕여왕' 촬영세트장 사례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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