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 명은 오염된 식수로 고통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하루에만 6천 명(대부분 어린이)이 넘는다. 덴마크의 베스터가르드 프란센이란 기업은 이들을 위해 'LifeStraw'라는 휴대용 정수기를 만들었다. '생명의 빨대'쯤으로 번역되는 이 정수기는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걸러주고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필터가 부착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배터리가 필요 없고 필터 1개로 700ℓ의 물을 정수할 수 있는데다 가격도 개당 2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
'인간과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주창한 빅터 파파넥은 라디오가 없어 화산 폭발 때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인도네시아의 빈민들을 위해 1960년대에 '깡통 라디오'를 발명했다. 라디오가 있으면 경고 방송을 듣고 대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깡통과 몇 가닥의 전선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고 동력원도 왁스, 종이, 쇠똥 등 연소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가격은 단돈 9센트.
이들 두 발명품은 이른바 '가난한 90%를 위한 디자인'의 대표적 업적이다. 이런 예는 이 밖에도 많다. 디자이너 한스 헨드릭스는 매일 수㎞를 걸어 식수를 길어오는 아프리카 주민을 위해 큐드럼(Qdrum)이란 물통을 개발했다. 이 물통은 커다란 타이어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한 번에 75ℓ의 물을 담고도 손쉽게 굴려서 이동할 수 있다.
또 모하메드 바아바라는 디자이너는 냉장고가 없는 저개발국가 주민을 위해 항아리, 모래, 물로만 기능하는 음식물 보관 장비를 개발했으며, 미국 MIT공대의 '모든 어린이에게 노트북 한대씩을'(OLPC) 본부는 저개발국 어린이를 위해 100달러짜리 저가 노트북을 개발하기도 했다.
독일 스포츠용품회사 아디다스가 돈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내년에 1유로(약 1천730원) 짜리 운동화를 시판하기로 했다. 빈국에서 만들어져 현지인들이 사 신을 수 있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의 제안을 아디다스가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 판매가격은 이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어쨌든 유누스 총재의 목표에 부합하는 신발을 출시할 계획은 분명하다고 아디다스는 밝히고 있다. 이 계획이 실현돼 '가난한 90%를 위한 디자인'에 또 하나의 역사가 쓰여지기를 기대한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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